2월1일부터 호주 로열시니드골프장에서 열리는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개막전인 MFS호주여자오픈에는 이색 출전 선수가 한 명 있다.

남자에서 여자로 다시 태어난 성전환 골퍼 미안 배거(41.덴마크)다.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올해 LET 투어 풀시드를 획득,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다.

2004년 3월 공식대회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 출전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배거는 같은 해 11월 호주여자프로골프협회가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로 제한했던 입회 규정을 삭제함에 따라 호주에서 당당하게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LET 투어에 입성한 첫해인 2005년 2월 배거는 데뷔전으로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ANZ레이디스마스터스와 4월 스페인에서 열린 페네리페오픈에서 잇따라 컷오프되는 수모를 떠안았다.

배거는 같은 해 13개의 경기에 출전해 11경기에서 컷오프되고 고작 2경기만 예선을 통과하는 쓰라린 맛을 봤다.

그러나 배거는 퀄리파잉스쿨 재수를 통해 2006년 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획득,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배거는 작년 8개 대회에 출전해 2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고 2개 대회에서는 톱20에 입상하는 등 선전을 펼치면서 상금 랭킹 91위에 올라 올해 풀시드권을 다시 얻었다.

8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뒤 14세 때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으로부터 지도를 받기도 한 배거는 1992년 골프채를 놓고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1995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1998년부터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배거는 1999년과 2001년, 2002년에 각각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아마추어챔피언에 오른 뒤 2003년 프로에 입문했다.

176㎝의 키에 푸른 눈을 가진 배거는 롤러블레이드 타기와 음악.영화 감상, 요리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배거는 "제발 골프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주변의 끊임없는 호기심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LET 투어 최초의 성전환 골퍼 배거가 이번 대회 또는 언제 어디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된다.

(시드니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