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자 심정수(29.현대)가 땅에 떨어진 `헤라클레스'의 자존심을 다시 세웠다. 심정수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삼성과의 5차전에서 1회초 삼성의선발투수 케빈 호지스의 높은 슬라이더를 힘껏 받아쳐 길쭉한 잠실구장에서도 제일먼 125m짜리 가운데 담을 훌쩍 넘는 아치를 그렸다. 삼성과 현대가 1승2무1패로 균형을 이룸에 따라 잠실구장에서 사실상 5전3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새로 시작하는 터에 나온 `1차전' 결승타로 값지기 그지없는 한방이었다. 4차전까지 15타수 4안타(0.267)로 언뜻 보기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기록. 하지만 사실은 모두 승부가 갈린 후에 때린 안타였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삼진을당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지라 심정수로선 속이 편할 수 없었다. 삼진을 모두 7차례나 당해 타이론 우즈(12개.2000년)가 보유한 한국시리즈 최다삼진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었고 4안타도 모두 단타여서 강타자의 체면까지 구겼다.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 때문에 몸값을 높이려고 은연중에 방망이를 크게 돌려 컨디션이 좋아도 안 맞는다는 설이 나돌고 현대 타선의 `블랙홀'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심정수는 3타점 홈런 한방으로 가책과 오명을 한번에 날렸다. 간판타자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난과 지난 해 이승엽과 홈런 경쟁으로 시즌 후반을 한껏 달궜던 강타자가 단타밖에 못 때린다는 식의 눈총을 일축했다. 심정수는 2회초 2사 2루에서도 적시타를 때려 2루의 발빠른 전준호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팀이 자랑하는 `클러치 히터'의 역할을 톡톡히 했고 마침내 어깨를 활짝폈다. 심정수는 경기 후 "시리즈가 시작할 때부터 짧고 정확하게 치려고 해서 단타가많았던 것"이라며 "오늘도 투수의 실투를 짧고 정확하게 맞혀 넘겼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오재영으로부터 "모교 선배인 심정수가 홈런을 쳐줘서 더힘을 얻었다"는 칭찬을 들은 심정수는 "시즌 중에도 일주일 정도는 (성적이) 좋지않을 때가 있지 않느냐. 큰 경기라서 더 많이 드러났을 뿐"이라며 슬럼프 자체를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