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회 PGA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해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숀 미킬(34.미국)은 프로 경력이 11년이나 되지만 웬만한 팬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무명 선수. 인디애나대학을 졸업한 뒤 92년 프로로 전향한 미킬은 93년 퀄리파잉스쿨 공동 37위로 PGA 투어에 입성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2부투어를 들락거리며 퀼리파잉스쿨을 2차례나 더 봐야 했던 신통치 않은 골프 인생을 살아왔다. 2001년 세번째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13위를 차지, 다시 PGA 투어 무대를 밟은 미킬은 지난해 BC오픈 3위 등 두차례 '톱10'에 입상하며 상금랭킹 105위로 올해 다시 투어 카드를 얻었다. 올 시즌 미킬은 포드챔피언십 공동8위 등 '톱10'에 2차례 들면서 전보다 나아질 기미를 보였지만 메이저 우승이라는 엄청난 일을 해낼 선수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킬은 드라이브샷 비거리 60위(289야드), 드라이브샷 정확도 89위(66.8%), 홀당 평균 퍼트 개수 154위(1.8개), 18홀 평균타수 74위(70.88타) 등으로 중위권 이하 수준이었기 때문. 그린 적중률이 71.1%로 공동9위에 랭크돼 아이언샷은 비교적 뛰어난 편이지만 퍼팅 실력이 받쳐주지 못해 18홀 평균 버디 개수(3.72개)에서도 64위에 그쳤다. 그러나 미킬은 골프장에서 성장한 '골프 키드' 출신. 어린 시절 텍사스주 콜로니얼골프장 4번홀 그린 옆에 있는 집에서 자란 미킬은 그곳에서 PGA 투어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골프를 배웠다. "특정 선수가 아닌 많은 선수들에게서 골프를 배웠다"는 미킬은 이때 축적된 자양분이 이번 대회 우승의 밑거름이 됐던 셈이다. 또 미킬은 따뜻한 마음씨와 용기를 지닌 '의인(義人)'이라는 사실이 이번 대회를 통해 새삼 조명을 받았다. 94년 물에 빠진 자동차에 뛰어 들어 익사 직전의 2명을 구해낸 용기로 미킬은 '용기있는 시민상'을 받았고 몇년전부터 뇌종양을 앓고 있는 어린이 스펜서 벡스테드(4)의 '친구'가 돼 회복을 돕고 있다. 미킬의 아버지는 73년 미국 최대의 항공택배회사 페덱스가 창설될 때부터 조종사로 일해오다 최근 은퇴했으며 아내 스테파니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