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개막 3일째를 맞은 1일 치열한 메달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5천9백여명의 각국 선수단 및 임원들이 묵고 있는 아시안게임 선수촌 숙소동 곳곳에서도 '소리없는 국기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각국 선수들이 자국 이미지 홍보를 위해 숙소 베란다에 경쟁적으로 국기를 게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선수들이 묵고 있는 114동 앞뒤에는 10여개의 인공기가 보란 듯이 내걸려 있다. 반면 맞은편 한국선수단 숙소에는 일제히 태극기가 걸려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 자원봉사자는 "남북한의 국기가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 꼭 분단상황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레인 선수들은 106동에 14층 길이의 초대형 국기를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옆동에 걸린 5층 길이의 이란 국기에 대해 같은 중동 국가로서 경쟁의식이 발동한 결과다. 선수촌 관계자는 "지나치게 큰 국기는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지만 특별한 규정이 없어 막을 방법이 없다"며 난감해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선수촌내에 마련한 페이스 페인팅장도 또 다른 형태의 '국기 경연장'이 되고 있다. 114동 근처에 위치한 페이스 페인팅장에는 필리핀 바레인 중국 등 각국 선수들이 몰려와 저마다 얼굴에 자국의 국기 문양과 아시안게임 엠블렘을 그려넣는 등 연일 성황이다. 거의 매일 출근부에 도장을 찍듯 이곳에 들르는 선수들도 많다고 한다. 일부 선수는 '안녕하세요''고맙습니다' 등의 한국어를 팔뚝에 새겨 선수촌 식당이나 매점에서 한국 자원봉사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북한 선수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실제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지는 않고 있다. 이곳 자원봉사자 김마리씨(21)는 북한 선수 한 명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권유하자 "그렇지 않아도 잘생긴 얼굴에 뭘 더 바릅네까"라는 우스갯소리로 거절했다고 한다. 부산=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