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럭비 첫날 7인제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30일 울산공설운동장에는 극도로 썰렁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약 5천명의 관중이 입장해 성황을 이뤘다. 미미한 국내 럭비의 인기를 감안하면 놀랄 만큼 많았던 이날 관중들은 울산시와 인근 지역의 학교에서 단체 관람 온 학생들이 대다수였지만 이들의 '동원'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2008년 베이징대회부터 럭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넣으려 하는 국제럭비위원회(IRB)가 이번 대회의 흥행성공을 통해 대한럭비협회에 5만3천 파운드(약 9천900만원)를 특별지원했던 것.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일부 종목을 퇴출시키는 대신 럭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넣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IOC총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IRB로서는 종목 홍보에 급피치를 올려야 할 상황이었던 것. IRB의 지원금은 울산시와의 협조 속에 입장권 3만장의 구입, 관중 수송을 위한 버스임대, 대회 홍보용 팸플릿 및 전단 제작, 각국 NOC(국가올림픽위원회)관계자들을 초청하는 칵테일파티 개최 등에 쓰였다. 결국 이날 관중들은 IRB가 사준 표로 입장한 셈. 사정이야 어쨌든 럭비경기를 현장에서 처음 봤을 대부분 관중들은 럭비의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었고, 한국선수들이 상대진영을 통쾌하게 질주한 뒤 트라이를 성공시킬 때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늘 텅빈 국내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치렀던 한국선수들도 경기할 맛이 나긴 마찬가지. 용환명(삼성 SDI)은 "동원된 관중들이라도 열심히 응원해 주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