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의 3인방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은 세계 바둑계의 '빅3'이기도 하다. 국내 대회든 세계 대회든 결승전이나 4강 무대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최근 열린 한 대회에서 이들 3명이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채 모조리 중도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16일 4강 멤버가 모두 가려진 제7기 LG정유배가 화제의 기전. 최명훈 8단,이세돌 3단,박영훈 3단,송태곤 2단 등이 4강에 오른 주인공들이다. 이 중 유난히 눈에 띄는 기사는 박 3단과 송 2단. 박영훈 3단은 이날 벌어진 마지막 8강전에서 거함 조훈현 9단을 1백91수만에 흑 불계로 누르고 마지막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 3단은 앞서 벌어진 16강전에서는 유창혁 9단을 제압,새로운 '고수 킬러'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박 3단은 21일 벌어진 한·중 통합 천원전 제1국에서 중국의 황이종 6단을 1백90수만에 백 불계로 제압하는 등 최근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송태곤 2단은 8강전에서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의 발목을 잡았다. 송 2단은 특히 불리했던 국면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천하의 묘수'를 터뜨리며 이 9단에게 항서를 받아내 선·후배 기사들을 놀라게 했다. 송 2단은 세계 최강자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지난 15일 벌어진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결승에서 김주호 2단을 2-0으로 누르고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했다. 송 2단은 이 기전 준결승에서 후지쓰배 우승자인 이세돌 3단을 무너뜨려 타이틀 획득이 유력했었다. 송 2단은 8월 현재 40승1무7패(승률 85.1%)로 2백여 한국기원 기사 중 승률 1위,다승 공동 4위를 질주하고 있다. 준결승전은 최명훈 대 박영훈,이세돌 대 송태곤의 대결로 펼쳐진다. 두 대국 중 이 3단과 송 2단의 대결에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신예연승최강전 준결승에서 탈락의 수모를 안겨준 송 2단을 상대로 이 3단이 이번에는 설욕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두 기사는 지금까지 세 번 싸워 송 2단이 2승1패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최 8단과 박 3단은 아직까지 공식 대국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이는 박 3단쪽에 약간 더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 8단은 지난 4기대회 때 '여류 최강' 루이나이웨이 9단을 3-1로 꺾고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하는 등 유독 이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