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와 에콰도르를 연파하며 G조 1위를 차지한 멕시코와 간신히 16강에 턱걸이한 미국의 대결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멕시코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었다. 폴란드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며 3-1로 무너졌던 미국은 이날은 전혀 다른 팀처럼 보였다. 토니 새네,에디 포프,그레그 버홀터로 이뤄진 미국의 수비라인은 물샐틈 없는 조직력으로 멕시코의 공격을 요소요소마다 차단했다. 클라우디오 레이나,랜던 도너번,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등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매우 민첩했다. 첫골은 미국의 빠른 발이 일궈낸 작품이었다. 전반 8분 멕시코의 오른쪽 측면을 뚫은 레이나가 문전으로 센터링을 날리자 조시 울프가 기다리고 있던 맥브라이드에게 패스했다. 맥브라이드는 지체없이 오른발 강슛으로 멕시코의 골네트를 갈랐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멕시코는 총공세로 미국의 문전을 공략했지만 견고한 미국의 수비는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여기에 멕시코 공격의 투톱을 맡은 블랑코와 에르난데스의 움직임도 다른날보다 둔해 보였고 볼컨트롤도 좋지 않았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공격력과 강도높은 압박축구는 전혀 구경할 수 없었다. 좀처럼 찬스를 잡지 못하던 멕시코는 전반 35분 블랑코가 혼전중에 문전 정면에서 강슛을 날렸지만 '거미손'을 자랑하는 미국 GK 프리덜의 선방에 막혔다. 이런 와중에 후반 20분 터진 미국의 두번째 골은 그대로 승부의 쐐기가 되고 말았다. 미국의 미드필더 에디 루이스가 멕시코의 왼쪽 측면을 비호같이 돌파한 뒤 문전으로 공을 날려주자 쇄도하던 도너번이 한치 오차도 없이 헤딩슛,순식간에 2-0을 만들었다.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미국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는 반면 멕시코 선수들은 예상밖의 완패가 믿어지지 않는 듯 망연자실한 채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날 줄 몰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