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 내분의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던 대한태권도협회의 전체 이사회가 난장판으로 끝났다. 29일 오전 11시 서울 올림픽파크텔 3층 회의실에서 열린 태권도협회 이사회는 시작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김운용 태권도협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태권도 개혁을 외쳐온 '범태권도 바로세우기 운동연합'에서 나온 학생 및 일선 사범들과 김 회장을 지지하는 사범들로 파크텔 로비는 꽉찼고 양측은 상대방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곤두 세웠다. 일촉즉발의 분위기는 오전 11시께 김 회장과 범태권도 바로 세우기 운동연합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함께 들어오면서 마침내 욕설이 오가는 몸싸움으로 변했다. "김 회장은 사태를 직시하고 용단을 내려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에게 사퇴라니" 등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고성과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이 오갔고 멱살잡이로 이어졌다. 입을 다물고 있던 김 회장은 회의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지 아무런 말도없이 계단을 통해 로비로 내려갔고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의 퇴장을 막는 쪽과 김 회장의 퇴장을 돕는 쪽의 욕설과 몸싸움은 계속됐다. 멱살까지 잡힌 끝에 힘겹게 주자창에 도착한 김 회장은 어렵게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탔지만 일부 사범들이 차량위에 올라가서 몸으로 저지하는 바람에 11시15분께 파크텔을 빠져 나갈 수 있었고 이사회는 결국 무산됐다. 김 회장이 떠난 뒤에도 양측은 주차장에서 한동안 고성과 몸싸움을 계속해 국제회의 등을 위해 파크텔을 찾은 외국인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태권도를 발판으로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로 자리 잡았던 김 회장으로서는 난생처음 당하는 봉변이었고 3일 앞으로 다가온 제15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유치한 태권도 종주국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