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백1회 US오픈(총상금 5백만달러)은 '골프의 잔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회였다. 세계적 프로들도 45,60㎝짜리 퍼팅을 실패할 수 있고,골프에서 심리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량 못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경기였다. 18일 아침(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툴사 서던힐스CC(파70)에서 열린 US오픈은 끝을 내지 못하고 마크 브룩스(40·미국)와 레티에프 구센(32·남아공)의 '18홀 연장전'으로 챔피언을 가리게 됐다. 두 선수는 19일 새벽 1시 연장전을 시작했다. 최종일 9타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우즈는 선두와 7타차로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우즈의 '메이저 5개 대회 연속우승'은 물거품이 됐으며 '그랜드 슬램'도 내년에나 다시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승부처는 18번홀이었다 최종일 구센과 스튜어트 싱크가 챔피언조였고 그 2조 앞에서 브룩스가 플레이했다. 브룩스는 17번홀까지 5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다. 18번홀(파4·4백66야드). 브룩스는 세컨드샷을 홀 12m 지점의 그린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첫 퍼팅이 홀을 1.8m나 지나쳤고 파퍼팅마저 컵 가장자리에 멈추어 보기를 범했다. 합계 4언더파 2백76타로 먼저 경기종료. 챔피언조인 싱크와 구센. 싱크는 17번홀 버디로 5언더파 공동 선두가 되며 상승세였다. 그러나 18번홀 세컨드샷이 그린을 오버,깊은 러프에 빠졌다. 세 번째 칩샷은 홀에서 4.5m 거리. 첫 파퍼팅이 홀을 18인치(약 45㎝) 지나버렸다. 세컨드샷을 홀 3.6m 지점에 떨어뜨린 구센이 이변을 일으키지 않고 2퍼팅만 하면 챔피언이 되기 때문에 싱크는 '챔피언 퍼팅'을 위해 먼저 홀아웃하려 했다. 짧은 거리라고 생각했는지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고 퍼팅했으나 그 볼은 컵을 스치고 나와버렸다. 3온3퍼팅으로 더블보기. 합계 3언더파가 됐다. 다음은 구센 차례.구센의 첫 퍼팅은 세다 싶었고 볼은 홀을 지나 60㎝ 지점에 멈추었다. 그러나 메이저대회 첫 우승퍼팅이라는 중압감 때문이었을까. 구센의 그 파퍼팅 역시 홀을 외면하며 3퍼팅으로 보기를 범했다. 합계 4언더파. 브룩스와 동타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구센과 브룩스,누가 챔피언이 될까 18홀 연장전은 18홀 누적스코어로 우열을 가린다. 브룩스는 96USPGA선수권자로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있다는 점,대회 장소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조금 유리한 입장이다. 구센은 주로 유럽투어에서 활약한 선수라는 점,올해 미국 투어에는 여섯 번 출전해 세 번 커트를 통과하고 세 번은 커트미스(또는 기권)했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불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97,99브리티시오픈 10위,2000US오픈 12위에서 보듯 메이저대회에서는 강한 모습.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