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골프치면서 "내기"를 해보았다.

해봤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짧게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실력이 실력인지라 아무도 내기를 제안하지 않았는데 그날은 동반자가 내 실력을 인정했는지 내기를 해보자고 하는게 아닌가?

나도 이제 내기할 실력이 되었나보다 하여 흥분해서 임했다.

그런데 웬걸?

"내기하자"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전까지 나름대로 부드럽던 스윙이 무섭게 경직되기 시작했다.

철커덕,철커덕...

마치 로봇스윙을 방불케했다.

라이벌은 안되겠던지 그만할테니 몸 좀 풀라며 내기를 철회했다.

나의 첫 내기는 시작된지 두 홀만에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이렇게 힘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골프치면서 내기들을 하는지...

그린피도 부담스러운데,거기에 내기돈까지 겹쳐지고 몸에 힘까지 들어가는데 말이다.

그러나 내기없이 무슨 재미로 골프를 치냐는게 중론이다.

특히 여자에 비해 남자들의 내기는 사뭇 판도 크고 심각하기까지 하다.

남자들이 내기를 좋아하는 이유...

남자는 여자보다 정서적,감정적인 행복을 느끼는데 둔감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수치나 사실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모두 내기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분은 주스한잔 내기도 안하신다.

내기를 하면서 생기는 심리적 부담 때문에 자신의 골프가 흔들리기 때문이란다.

자신만의 골프를 견고하게 지켜나가고 싶어하는 분이다.

이런 내기도 있다.

10년이 넘게 내기골프를 친 중년의 친구들...

남의 돈을 따고 받고 하는 것이 무의미해져 이제는 내기종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네명중 꼴찌 한사람이 나머지 세명 목욕시켜주기로.

요즘하는 그 내기가 그렇게 재미있단다.

또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내기는 노부부의 내기였다.

"내가 아니면 저 할머니를 누가 데리고 다녀주누?"하시며 노사장님은 꼭 필드에 사모님을 동반하신다.

그 노부부 사이의 내기는 다름아닌 진 사람이 저녁식사 설거지하기.

노사장님은 연속 네번째 설겆이를 도맡아 한다면서 투덜거리셨지만 참 아름다워 보였다.

등밀어주기 내기,설거지내기...

그 정도 내기라면 나도 스윙에 힘들어가지 않고 할 자신이 있다.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