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27일 아침 1년여만에 금의환향했다.

지난 5월17일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우승이후 세계적 스타가 된 박세리.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열린 티에라델솔 골프클럽에서 귀국에 앞서 26일
본지기자와 단독으로 만났다.

-시즌초에 올해의 성취를 예상했는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프로테스트에 수석합격하고 투어에 합류했지만 처음 2~3년은 적응기간으로
생각하고 임했다.

메이저 2승을 포함한 4승은 뜻밖이다"

-한국에서는 1인자였는데.

"프로테스트를 통한 데뷔는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속으로 시즌 1승정도는 꿈꾸다"

-지금 투어생활은 어떤가.

"심리적으로 안정은 됐지만 어려운 것은 데뷔초기나 마찬가지다.

투어생활은 역시 힘들다.

우승을 해도 다음 대회를 준비하려면 또 이동하고 연습하고.

내 경우 코스가 매번 생소하고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더 그렇다"

-김미현이 내년에 미 투어에서 활약하는데.

"경제력.체력 등 모든 것이 든든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한뒤 미국에 와야 실패하지 않는다.

미국 투어생활은 한국처럼 간단하지 않다.

시차.이동.음식.날씨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내 경우 4계절 옷을 갖고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그 예다.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지 않았는가.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그러나 항상 "절대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나 자신을 다잡는다.

무명시절과 똑같이 행동하고 마음을 비운채 대회에 임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이다.

동양인인 내가 우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대회 우승은 지금 생각해도 평생 한번 할까말까한 기회인 듯하다"

-가장 힘든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매주 대회가 있다보니 하루라도 편히 쉴 시간이 없다.

투어생활은 "준비-대회-준비"의 연속이다"

-99시즌에는 좀 달라질 것인가.

"조금이라도 꼭 자유시간을 낼 것이다.

혼자 한적한 곳으로 여행가서 여유있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선배선수들도 나에게 한결같이 "골프이외의 다른 것에 재미를 붙이라"고
충고한다.

-내년 출전대회 수는.

"올해는 33개정도 된다.

데뷔연도라 다소 무리를 해서 그렇게 잡은 것이다.

내년에는 일단 25개대회 이상 출전할 계획이다"

-스승인 데이비드 리드베터에 대해서는.

"바쁜 분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어 아무래도 나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매주 경기를 하다보면 스윙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때 찾으면
안계신다.

선생님의 스윙이론은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생님은 내 스윙을 정확하고 편안하게 고쳐주었다.

내가 원하는 스윙에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연말에 또 한국에 들어갈 것인가.

"그것은 무리다.

12월에서 1월초까지 약 5주정도 시간이 나는데 그때가 다음 시즌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US여자오픈에서 물속에 들어가 샷을 한 장면은 IMF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민들에게 용기를 주었는데.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본다.

IMF체제의 시련은 한국이 한단계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시련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께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미래를 보고 마음속에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에 가서 가장 하고싶은 일은.

"하고싶다고 해서 할수도 없고 시간도 없을 것같다.

그렇지만 친구와 만나 놀러도 가고 편하게 밥을 한번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팬레터는 얼마나 오는가.

"엄청나게 온다.

올랜도의 집으로 돌아오면 편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대부분은 미국인들이 보낸 것이다.

한국팬들이 보낸 것도 가끔 눈에 띈다"

-복장이나 외모에도 신경을 쓰는 것같은데.

"프로가 된뒤 어느정도 신경을 쓴다.

특히 "ASTRA"상표가 붙은 한국의 옷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후줄그레하게
보이지 않도록 아스트라측에 많은 요구를 한다.

한국에서 디자이너가 직접 와서 이곳 선수들을 보고 옷을 디자인하도록
했다.

지금은 많이 세련됐다"

-남자친구는 언제 사귈 것인가.

"아직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

한국나이로 스물 너댓살쯤 사귈 것이다.

나는 골프만 아는 바보가 되기는 싫다"

-남자친구는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가.

"무엇보다 이해심이 많아야 한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1년에 1개월정도 집에서 머무르는 신부를 이해할 남편은 많지 않다고 본다.

선수생활을 이해하고 격려해줄수 있는 여유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모든 선수와 친하게 지내려 노력한다.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낸시 로페즈나 로리 케인이 친하다.

고바야시 히로미와도 가깝게 지낸다"

-새로 마련한 집을 소개해달라.

"평수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방은 보너스룸까지 5개가 있다.

수영장도 딸려있다"

< 레이디 레이크(미 플로리다주)=김경수 기자 ksm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