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대로 살자니 괴롭고 헤어지자니 애들이 불쌍하고...

죽고만 싶습니다.

제 문제도 치료가 가능할까요?"

49세의 예술가 L씨는 진료실로 찾아와 고민을 털어놨다.

두 자녀를 갖고 작가생활을 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다.

그러나 3년전부터 서서히 발기장애가 나타나면서 성생활이 단절된 부부
생활을 하게 됐단다.

그러면서 부부사이의 대화는 잦아들고 조금씩 관계가 멀어져 갔다.

이윽고 아내의 외모와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주위 사람들이
마누라 잘 감시하라고 충고를 해줬다고 한다.

그래도 설마하고 지내다가 어느날 화장하며 외출하는 아내를 미행해보기로
했다.

아내가 체격이 건장한 남자를 만나더니 정말로 러브호텔로 들어가는게
아닌가.

가슴은 방망이질을 치고...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쳐들어갈것인가 말것인가 한참 고민하다가 차마 현장확인할 용기가 안나고
자신도 감당못할 무슨 사고를 낼지 몰라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다.

화가 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다시 쳐들어볼까 생각하다가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도둑고양이 같이 살그머니 늦게 집에 돌아온 부인을 살기등등하게 마구
다그쳤다.

"당신 어떤 놈 만나고 왔어.

사실대로 말해봐"

한참 침묵이 흘렀다.

"그래요, 미안해요.

우리 헤어집시다"

막상 이렇게 나오니 차마 헤어질수도 없었다.

그동안 아내에게 해준게 없으니 더 이상 다그칠수도 없었다.

이후 아내는 아주 공개적으로 외도를 하게돼 L씨는 모르고 지내는게 더
좋았겠다고 후회했다.

살자니 희망이 없고 죽자니 애들이 불쌍했다.

죽을수도 살수도 없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필자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염려마세요.

치료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치료되면 부인을 용서해주고 같이 살 생각입니까?"

"그래야지요.

다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니까요..."

L씨는 수술을 받고 성기능을 되찾아 새사람으로 태어났다.

환한 얼굴로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 가정을 구해주셨습니다"하며 퇴원했다.

그후 몇개월이 지나 L씨부부가 어떻게 변했는지 갑자기 궁금해서 연락을
해봤다.

"요즘 어떻습니까.

부인과 사이는 좋아지셨나요.

아직도 부인이 자주 외출합니까?"

"아니에요.

요즘 아내가 잘 나가지 않고 제 곁에만 붙어있지요.

이젠 오히려 제가 나갈까봐 걱정하던데요"

<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