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메르넥 (미 뉴욕) 윙드 풋GC = 김흥구 전문기자 ]

<> 홀로 "날개 달린 발"이 되다

대회 시작은 경쟁이 치열했으나 종말은 싱거웠다.

그러나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추앙받았던 골프교습가 데이비스 러브 주니어의 아들인
데이비스 러브3세(33.미국).

그는 윙드 풋GC에서 20대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날개달린 발"이라는
말그대로 "윙드 풋"이 되어 가장 높이 난 선수가 됐다.

본인은 물론 참가선수 대다수가 "생애 가장 어려운 코스"로 명명한
윙드 풋GC 웨스트코스 (파70.6천9백87야드)에서 17일 (현지시간) 벌어진
제79회 USPGA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러브3세는 불과 5홀만에 4타차
리드를 잡으며 일찌감치 앞서나가 메이저 첫승에 성공했다.

최종라운드 스코어는 4언더파 66타.4라운드합계는 11언더파 2백69타였다.

그는 특히 윙드 풋에서 벌어진 다섯번째 메이저인 이대회에서 이처럼
그 누구도 도달치 못했던 "경이적 스코어"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으로 자그마치 47만달러 (약3억7천6백만원)를 챙겼다.

전날까지 공동선두였던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저스틴 레너드(25)는
이날 1오버파 71타를 기록,4라운드합계 6언더파 2백74타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레너드의 이날 골프는 "메이저 최종라운드 선두주자"로서는 수긍이
갈만한 스코어였으나 러브 3세가 워낙 견고한 골프를 치는 바람에 이렇다할
찬스를 전혀 잡지 못했다.

<> 한 때는 5타차까지 벌어지다

3라운드까지 합계 7언더파로 3위그룹과 무려 7타차를 보이며 맞붙은
러브3세와 레너드의 대결은 초반 2번홀부터 5번홀까지 매홀 스코어가
1타씩 벌어지며 승부의 가닥이 잡혀갔다.

2번홀 (파4)에서 레너드의 보기 (3온2퍼트)로 1타 차가 됐고 3번홀
러브3세의 버디 (10.5m)로 2타차가 됐으며 4번홀, 5번홀에서도 각각
레너드 보기와 러브3세 버디로 또 1타씩 벌어져 총 4타차가 된 것.

그 격차는 8번홀 러브3세의 버디로 5타까지 벌어졌다가 12번홀
(파5.5백40야드)에서 "러브-보기, 레너드-버디"로 3타까지 좁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결정된 뒤였다.

이날 러브3세는 버디5개에 보기1개였고 레너드는 버디4에 보기5개였다.

러브3세는 한마디로 가장 어렵다는 코스에서, 그것도 메이저 최종라운드를
비롯 "대회시작전까지 세번의 코스레코드와 같은 66타를 쳤으니 우승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한편 러브 3세도 타이거 우즈를 지도하고있는 부치 하몬으로부터 코치를
받고 있으니 하몬은 올 메이저 2승 (우즈의 매스터즈 포함)을 이뤄내며
성가를 한층 드높인 셈.

<> 타이거 우즈는 공동 29위

이번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모두 4명.

제프 매거트 (미국)는 이날 5언더파 65타로 전날 레너드가 세운
코스레코드와 타이기록을 이루며 4라운드 합계 4언더파 2백76타로 3위에
올랐다.

93 US오픈 챔피언이자 2라운드까지 선두였던 리 잰슨도 최종홀 버디에
힘입어 언더파 기록자 (4라운드 합계 1언더파 2백79타)가 됐다.

이번대회 전체 평균스코어는 73.133타.

타이거 우즈는 이날 5오버파 75타 (버디1, 보기4, 더블보기1)로 합계
6오버파 2백86타를 기록, 존 데일리와 함께 29위에 그쳤다.

이미 우승이 물건너 가 집중이 안됐을 것이지만 거의 모든 퍼트가 홀을
스치는 게 이날 우즈의 안타까운 모습.

한편 어니 엘스 (남아공)는 이날 윙드 풋의 상징홀인 10번홀
(파3.1백90야드)에서 6번아이언으로 홀인원을 기록.

그러나 그는 이날 70타에 합계 10오버파 2백90타로 공동 53위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