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인력 확보와 운용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에선 의무경찰 폐지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4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용산서 소속 의무경찰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서 관계자는 “작년까지 일정 규모의 의무경찰이 있었으나 올해 5월부터는 의경이 한 명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의무경찰은 2000여 명으로 2017년(2만5000여 명) 대비 92% 급감했다. 내년 5월이면 의경제도가 아예 폐지되면서 이마저도 사라진다. 정부는 인구 감소에 따른 현역병 부족 등을 이유로 2017년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 인력 증원 방안’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의경 규모를 매년 20%씩 감축해왔다.

경찰은 신규 채용 확대로 의경 공백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경찰서 인력은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현재 789명으로 2016년(714명) 대비 10% 느는 데 그쳤다. 충원된 인력도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것이다. 용산서는 지난 4월 교통(28명)·안보(9명)·경비(7명)·정보(7명) 등 총 62명을 신규 발령했다. 대부분은 청와대를 관할하던 종로경찰서와 청와대 경비 담당 101경비단 등에서 ‘빼온’ 인력이다.

의경 복무 경험이 있는 시민들은 현장에 의경이 충분히 투입됐더라면 참사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경은 주로 대규모 행사와 집회·시위 등에서 시민 통행 관리, 교통질서 유지, 위급상황 보고 등 보조적 역할을 한다. 실제 2017년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서는 의경(방범순찰대) 60명을 이태원 일대에 투입하기도 했다. 7년 전 의경으로 근무했던 이모씨(29)는 “집회뿐 아니라 핼러윈처럼 대규모 행사 때는 의경들이 현장에서 시민 질서 유지와 교통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당일 경찰 인력은 130여 명으로 지난해 대비 40% 증원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 인원 대비 경찰관 수는 부족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전국 평균 411명이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경찰 137명이 이태원에 모인 시민 13만 명을 관리한 것을 고려하면 경찰 한 명당 948명을 맡은 셈이다.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인원을 담당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마약·성범죄 단속에 투입됐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