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바람잡이 등 골프 사기 역할극에 당해, 경찰 일당 4명 송치
'80타 골퍼가 완전 망가진 사연'…사기극 말려 5500만원 잃어
내기골프를 하자고 지인을 속인 뒤 커피에 향정신성의약품을 타는 수법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됐다.

28일 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따르면 50대 A씨는 친구인 B씨에게 'C씨 등과 판을 크게 벌여서 내기골프를 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8월부터 A씨 소개로 C씨 등과 몇 차례 내기골프를 했던 B씨는 그의 제안에 큰 의심 없이 응했다.

하지만 이는 A씨가 C씨 등과 미리 준비한 사기극이었다.

이들은 병원에서 마약 성분의 약을 미리 처방받아 이를 커피에 탈 일명 '약사'와 선수, 바람잡이 등으로 역할을 계획적으로 분담했고, 약속대로 4월 8일 익산의 한 골프장에 모였다.

A씨 일당은 골프 라운딩 전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B씨 몰래 불면증 치료제로 쓰이는 약을 커피에 타 건넸다.

커피를 마신 B씨는 시작부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등 몸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홀 티업 직전 '홀 아웃' 선언을 했지만 A씨 일당은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그만 친다고 하면 안 된다'고 바람을 잡았다.

B씨에게 얼음물과 두통약을 건네며 끝까지 골프를 치게 했다.

B씨는 평소 80대 타수를 치던 준수한 실력이었지만 약기운이 점점 오르면서 104타를 쳤다.

1타당 30만원으로 시작한 판돈은 게임이 끝날 때쯤 1타당 200만원까지 올라 있었고, B씨는 한 게임에서 5천500만원을 잃었다.

B씨는 다음날까지 몽롱한 듯한 정신이 이어지자 A씨 일당이 권했던 커피가 떠올랐다.

경찰에 신고해 소변을 검사해본 결과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 일당의 차량에서 같은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압수했다.

또 골프장 식당 폐쇄회로(CC)TV에서 A씨 일당이 커피에 뭔가를 타는 장면을 확보했다.

이들은 "커피에 설탕을 탄 것"이라고 부인했으나 경찰은 휴대전화에서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남긴 녹취 등을 추가로 확인해 A씨 등 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범행을 공모한 2명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