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건강할 때 잘할걸"…유품서 발견된 동생 편지 '눈시울'
"저희 어머니는 2019년 췌장암 말기를 선고받고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를 간호하면서도 '걱정하지마 엄마. 내가 우리 동생들 잘 챙길게' 약속했는데 2021년 8월 남동생, 여동생 둘 다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연이은 사망을 겪은 A 씨가 "여동생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생전 엄마한테 쓴 편지를 발견했다"고 전해 네티즌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A 씨는 "편지를 쓰면서 울었을 여동생 생각에. 이제 그 여동생마저 잃었다는 사실에 눈물만 속절없이 흐른다"면서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행복해도 될지 마음이 답답하다"고 적었다.

A 씨는 서산 손도끼 협박사망사건의 피해자 고(故) 김준호(22)씨 누나다.

A 씨는 "우리 막둥이 준호는 아무 잘못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면서 "경찰의 부실수사로 여동생은 자료만 찾다가 떠났다. 지금 아버지와 제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게 '국민청원'밖에 없다"며 청원 동참을 요청했다.
"엄마 건강할 때 잘할걸"…유품서 발견된 동생 편지 '눈시울'
김 씨는 손도끼를 들고 온 군대 선·후임으로부터 금전적인 협박을 당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경찰의 부실 수사를 주장하면서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글을 올렸고 청원 마감까지 약 8일이 남은 27일 현재 15만 여명이 참여했다. 20만 이상이 청원해야 답변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호소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 아버지는 청원 글에서 "막내 아들이 전역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8월8일 '손도끼'를 들고 선후임과 각서를 강요한 제3의 인물인 중학교 동창이 찾아왔다"면서 "그들은 제 아들을 팬티만 입힌 채 머리채를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손도끼로 콘크리트를 찍는가 하면 옥상바닥에 무릎을 꿇리고 각서를 쓰게 했다"고 했다.

이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극도의 수치심과 공포감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고 가슴이 찢어진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부실하기만 한 경찰의 초동수사로 기가 막히고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 정도"라고 원통함을 표했다.

그는 "모든 정황상 누가 보더라도 단순 자살이 아니고, 3명이 공범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사건 당일 군사경찰에 체포된 후임과 다르게 선임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진술만 받고 풀어줬다"며 "중학교 동창은 참고인 진술도 받지 않은 채 아들의 사망 사건을 입건조차 하지 않는 경찰의 기막힌 수사 행태에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이어 "딸들은 증거 제출을 위해 아들이 사건 당일 오전에 입었던 바지를 갖고 경찰서에 갔지만 자살을 시도해본 흔적에 불과하다며 돌려보냈다"며 "바지에는 발자국과 바지 전반에 흰색 분진, 무릎에 무언가 강하게 찍혀 있는 자국들이 있었고 사타구니에는 소변으로 추정되는 물기가 묻어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경찰을 대신해 핸드폰을 포렌식하고 은행과의 통화 내역과 서류 확인 등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 다음 날 언론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잠든 둘째딸 마저 26살의 꽃 다운 나이에 일어나지 못하고 돌연사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군 복무 시절 후임을 상대로 금품을 뜯어내다 숨지게 한 2명에 대해 애초 특수강도 혐의를 적용했다가 형량이 더 높은 강도치사 혐의로 변경해 재판에 넘겼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