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12일 기소 방침

'김학의 사건' 수사외압 의혹
이광철 靑비서관도 기소 가능성

"이 지검장 스스로 물러나야"
법조계, 사퇴 목소리 크지만
박범계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대검찰청이 기소 승인을 하면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헌정 사상 초유의 ‘피고인 신분 지검장’이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법조계에선 지난 10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결정으로 이 지검장 기소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은 수사팀이 조만간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함께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를 이날 승인했다. 이에 따라 수원지검 수사팀은 12일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겨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해 이미 기소된 이규원 검사 및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사건과 병합할 방침이다.

한 부장검사는 “수심위 결과로 대검이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도 ‘조직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만큼 승인을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예상했다. 수심위에서 검찰 밖 외부 전문가 13명 중 8명이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대검도 명분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검장이 기소된다면 직무배제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즉답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소된다고 다 직무배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징계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직무배제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과 직무배제 혹은 징계는 별도의 절차, 별도의 트랙”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지검장이 기소되더라도 직무배제 등의 조치를 곧바로 검토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이 지검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SNS에 “9급 공무원도 법원에 기소되면 보직해임된다”며 “피고인 신분의 서울중앙지검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만약 유임되거나 검사장직을 유지한다면 검찰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 지검장은 채널A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에서 이미 일선 검사들의 신망을 잃었고,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간부들로부터 용퇴를 건의받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 지검장이 기소돼 같은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이 비서관 역시 함께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7일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첫 재판에서 “(추가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는 피고인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현직 검사는 “이 비서관은 사실상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의 배후로 꼽히는 인물”이라며 “이 비서관이 기소를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원지검은 지난달 24일 이 비서관을 소환해 10시간30분가량 조사했다.

이 지검장과 이 비서관이 함께 재판에 넘겨진다면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을 보인다. 해당 사건은 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한 건설 브로커 윤중천 씨를 면담한 뒤 관련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언론에 유출했다는 혐의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이 검사가 이 비서관과 교감하며 ‘김학의 별장 성 접대 사건’을 부각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맡고 있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 지검장의 외압 의혹까지 밝혀질 수 있을지 법조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중앙지검이 지난 3월 이 검사의 윤씨 보고서 허위 작성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한 점이 복병이다. 공수처는 두 달 가까이 사건의 재이첩 또는 직접 수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남정민/최진석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