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서 양측 PPT 공방
檢 "합병, 경영권 승계" VS 이재용측 "손해본 회사 없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형사 재판에서 지난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격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11일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이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규정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를 안겼다고 주장했고, 변호인단은 합병으로 피해를 본 회사가 없고 오히려 이익을 봤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0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을 확인했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PT) 파일을 이용해 1시간여 동안 이 부회장 등의 혐의를 설명했고, 변호인단은 이에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부회장 취임 전후인 2012년 이미 승계 준비 계획이 수립됐다"며 "미래전략실이 세운 '프로젝트G'에 따라 에버랜드(옛 제일모직)와 삼성물산의 합병이 추진됐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젝트G는 미전실 주도로 세운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안으로,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해 합병함으로써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가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저평가된 것을 놓고 "회사 자산을 '염가'에 처분한 것"이라며 "삼성물산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의 신뢰 관계를 저버리는 임무 위배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檢 "합병, 경영권 승계" VS 이재용측 "손해본 회사 없어"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공소장에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다는 표현이 23차례,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표현이 16차례 나온다"며 "고평가 또는 저평가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어느 정도면 지배적이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연금은 합병이 발표되기 전 6개월 동안 제일모직 주식을 4천6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면서 "곧 하락할 주식을 왜 기관이 순매수했겠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합병으로 한 회사가 피해를 본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신용등급이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이사회를 거쳐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주식 0.35주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고,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이 합병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미전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거짓정보를 유포하는 등 부당 거래를 일삼았고,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주요 사항을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