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입당 불가 고수…속내는 막판 단일화 '불리' 우려
실무 협상 독촉하며 판 흔들기 시도할 듯
'진퇴양난' 안철수, '기호 4번' 후보 등록으로 배수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6일 자신이 바라던 신속한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자 '기호 4번' 후보 등록으로 배수진을 쳤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 선관위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의 입당 요구를 거부하고 일단 국민의당 후보로 뛰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안 대표는 후보 등록 후 기자들과 만나 "새 전선으로 떠나는 군인의 심정"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승리해서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의 카운터파트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제1야당의 인프라와 지지율 상승세를 뒷배로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데 반해 안 대표는 '진퇴양난'의 처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니 자신이 표방해온 중도 혁신의 가치와 맞지 않는 데다 자신의 세력도 지지기반도 없는 '영남당'에 흡수돼 소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당에서 버텨도 '3자 구도'로 가면 승산이 없고, 막판 단일화 시도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밀릴 경우 재기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단일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또다시 협상 카드를 던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장 국민의힘을 향해 실무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경선 연장에 의한 단일화'를 복안으로 언급했다.

국민의힘 본경선 이후 단일화 경선을 정규 트랙으로 예정에 두고, 사전에 실무 협상을 벌이자는 제안이다.

이는 "가능한 한 빨리 실무 협상을 시작해야 야권 지지자들을 안심시키고, 단일화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안 대표의 이날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3월이 되면 늦는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판을 흔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통화에서 "막판 단일화가 리스키(위험)하다는 안 대표의 말도 일리는 있다"며 "안 대표의 입당과 향후 통합을 전제로 한 범야권 통합 경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퇴양난' 안철수, '기호 4번' 후보 등록으로 배수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