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 허용 때와 달리 '코로나19 위험' 평가
광복절 집회 트라우마?…법원, 개천절 집회엔 '강경'
경찰의 개천절 도심 집회 금지 처분을 29일 법원이 유지한 것은 광복절 집회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 집회를 앞두고 금지 처분이 법원에서 일부 뒤집혀 집회가 허용됐고,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8.15 비상대책위'(비대위) 최인식 사무총장이 서울 종로경찰서의 옥외집회 금지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올해 8월 이후의 상황'을 근거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올해 8월께 이래 현재까지 다수의 시·도에서 산발적인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파악됐다"고 짚었다.

이어 "감염 경로를 쉽게 파악하지 못해 조사 중인 사례의 비율이 20%를 넘는 등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지역사회 내 코로나19 잠복 감염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경계했다.

또 "효과적인 방역 대책 없이는 연좌 시국 강연회 등의 활동이 이뤄지는 집회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추가로 감염되는 것은 물론 후속 감염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도 차량을 이용한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집회 금지 처분을 유지하도록 결정하면서 "광복절 집회가 대규모 불법 집회로 확산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지 통고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일대에서 개천절 불법 집회를 감행할 우려가 있는 일부 단체와 차량 시위대가 섞이거나 일반 시민들이 합류해 집회 규모가 커지면 교통에 혼란과 위험을 일으킬 우려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재판부는 코로나19 통제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언급하며 "정부의 추석 특별방역 기간은 가을철 코로나19 대유행을 미연에 차단하고 예방할 것인지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광복절 집회 트라우마?…법원, 개천절 집회엔 '강경'
이런 결정은 광복절 집회를 앞두고 같은 법원의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가 코로나19 확산 우려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 서울 광화문 일대 광복절 집회 금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결정했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 재판부는 광복절 집회를 특정 조건 아래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결정하면서 '집회로 인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할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의 판단과 달리 광복절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였다는 평가가 나왔고, 집회를 허용한 법원을 상대로 비난이 쏟아졌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보석 상태에서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다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자신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보석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다시 수감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천162명, 이들을 제외한 광복절 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672명이 역학조사로 공식 확인됐다.

이 두 집단감염은 2∼3월 신천지 집단감염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중 단연 가장 큰 규모다.

광복절 집회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8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신청 하루 만에 2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의 동의를 받는 등 재판장 개인을 향한 비난까지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