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철·이범균 부장판사 '검찰 위법수집증거·일방적 추측' 주장
원세훈 '대선개입' 사건 옛 재판장들, 양승태 재판 불출석 시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72·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고위 법관들이 검찰의 수사를 문제 삼으며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6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3·12기)·고영한(65·11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신문이 예정된 증인들이 의견서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시철(55·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달 14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재판부 내부 배경에 관해 신문하는 것은 법원조직법이 규정하는 합의 비공개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수사기관이 위법한 '별건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신문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본인을) 증인으로 채택한 결정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범균(56·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이달 15일 제출한 증인 불출석 사유서에서 "검사가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면서 낸 의견서는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이 검사의 일방적인 추측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자세한 내용은 진술서로 제출할 것"이라며 "진술서로 증언을 대체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먼저 김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 "합의 비공개 원칙은 증언 거부 사유는 될 수 있어도 불출석 사유는 되지 않는다"며 "(김 부장판사가) 본인이 재판하는 사건도 아닌데 위법수집 증거라며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에서도 출석해 답변했던 증인"이라며 "공소사실과 관련 있어 신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모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재판장을 맡았던 이들이다.

이 부장판사가 1심, 김 부장판사가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이 사건의 1심 때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할지 검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파기환송심 당시 김 부장판사가 재판 시작 전부터 무죄 취지 판결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와 이 부장판사는 모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히 김 부장판사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10월 피의사실과 관련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검찰이 이메일을 압수했다며 공개 비판했다.

두 부장판사가 불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재판부는 검찰에 "증인 신청을 유지할지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사람의 증인 신문은 이 부장판사가 이달 25일, 김 부장판사가 다음 달 7일로 각각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