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마스크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하철에서 마스크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하철 1~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다음 달을 기점으로 수입 대비 지출 규모가 급증하는 데다 연말에 54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 만기가 한꺼번에 몰려있어서다. 공사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서울시로부터 단기 자금을 빌려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정부 지원과 지하철 요금 인상이 단행되지 않으면 매년 자금난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자금난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계획’을 세웠다. 직원 복리후생비 절감, 연장운행 폐지시 증원 감축 등이 골자다. 공사는 이 계획이 담긴 문건에서 “올해 부족 자금이 9540억원으로 추정되고 추가 조달 한계로 10월부터 자금 고갈 상태가 된다”고 진단했다. “임금 체불, 사업비 지급 불가 등 지하철 정상 운행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만성 적자 운영구조로 매년 5000억원대 손실을 내왔다. 무임승차 등으로 수송원가(1명당 1440원) 대비 평균운임(946원)이 낮아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승객이 20% 넘게 감소하고 방역비용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당장 10월을 기점으로 누적수입 대비 누적지출이 급증하게 된다”며 “지하철 승객은 줄었는데 연말 지급해야할 보수공사 등 사업비는 많고, 여러 규정으로 빚을 더 내기는 어려워 초비상에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같은 대규모 손실을 모두 빚을 내서 막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사채는 사업목적이 정해져있어 자금 용도에 한계가 있다. CP의 경우 발행 연도 내에 상환하라는 지방공기업법 규정에 따라 무조건 12월까지는 상환해야하고 연말이 되면 추가로 끌어쓰기가 불가능하다.

공사는 서울시를 통해 정부에 손을 벌렸지만 이마저 거부당했다. 서울시는 공사가 부담하는 65세이상 노인 무임승차 손실보전을 위해 국비에서 43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지만 2021년 예산안에서 빠졌다.

자금난에 처한 공사는 급한 불을 끄기위해 서울시에 3000억원 규모의 긴급 단기 융자를 요청한 상태다. 시에서 빌린 단기 융자로 CP를 갚는, 이른바 ‘자금 돌려막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임승차 대상인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등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폭은 매년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임승차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 국비를 지원받는 방안 등 여러가지 대안을 검토해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철 기본요금을 200~300원 가량 올리고 거리비례요금과 통합환승요금제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