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으로 메신저 우회접속 시도…별다른 성과는 없어
증거인멸 등 상황 오해 가능성…과도한 수사 의욕 지적도
'검언유착' 수사팀장은 왜 한동훈 유심에 집착했나(종합)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 압수수색 과정에서 폭행 시비에 휘말리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법조계·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수사를 강행한 첫 사례가 되면서 검찰 안팎에서 논란도 제기된다.

◇ 유심에 증거수집 기대 걸었지만…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법원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전날 오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집행에 나섰다.

수사팀은 지난달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러나 한 검사장이 포렌식 절차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심을 확보해 수사의 동력을 이어나가고자 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팀은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 간 2월13일 부산고검 대화 녹취록과 녹음파일 이외에 결정적인 증거는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증거만으로는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수사팀은 전날 오전 한 검사장에 대해 2차 피의자 소환조사를 하고 유심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한 검사장이 응하지 않으면서 유심 압수를 시도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유심을 이용해 텔레그램 메신저에 우회 접속하는 방식으로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심을 휴대전화 공기계에 꽂아 인증코드를 발송받은 뒤 이를 텔레그램 PC 버전에 입력하면 로그인이 가능하다.

다만 한 검사장이 텔레그램을 사용하지 않아 수사팀은 별다른 소득 없이 유심을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언유착' 수사팀장은 왜 한동훈 유심에 집착했나(종합)
◇ 최선임 부장검사의 몸싸움…해석 분분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가 '잠금 해제를 페이스 아이디로 열어야지,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 검사장님 페이스 아이디 쓰는 것 다 안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또 변호인과 통화를 하려는데 정 부장검사가 몸을 날려 휴대전화를 빼앗았다고 말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부장검사가 당시 상황을 오해한 게 아니냐고 추측한다.

정 부장검사는 입장문에서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 마지막 한자리를 남겨두고 있었는데,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면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 부장검사의 의도된 행위로 보기도 한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수사심의위에서 수사중단 의견이 나오자 다급해진 수사 검사가 한 검사장을 구속하기 위해, 마치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하려고 한 것처럼 어설픈 일을 꾸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것에 대해 납득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전국 부장검사 중 최선임이며, 평소 조용하고 원만한 성격이라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검찰 인사를 앞두고 정 부장검사가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 과도한 의욕을 보인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압수수색 대상자가 현직 검사장이라고 해도 수사팀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는 건 이례적이며,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행위를 단순히 압수물 삭제 등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는 해명도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언유착' 수사팀장은 왜 한동훈 유심에 집착했나(종합)
◇ 동영상 분석 중…몸싸움 장면은 녹화 안 돼
정 부장검사와 한 검사장 간 진실게임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한 검사장 측은 전날 서울고검에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소장과 진정 형태의 감찰요청서 냈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을 무고·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할 계획이다.

전날 압수수색 과정은 수사팀이 동영상으로 촬영했으나 문제의 몸싸움 장면은 녹화되지 않았다.

한 검사장 측은 ▲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항의에 부인하지 못하는 장면 ▲ 수사팀 일부가 한 검사장에게 사과하는 뜻을 표시하는 장면 ▲ 다른 팀원들이 '자신은 정 부장검사의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는 장면 등이 녹화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동영상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동영상을 분석해 서울고검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