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게 노을밖에 없네.” 영화 ‘변산’에서 주인공 학수가 쓴 노랫말이다. 학수는 늘 성공해 고향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세상살이에 지친 그를 달랜 건 결국 고향의 노을이다.전남 여수갯벌노을마을(소라면 서부로 785의 24)의 노을은 영화 ‘변산’에서처럼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에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까만 갯벌 위로 빨간 노을이 스며드는 풍경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도시 생활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는 반응이 많다.이곳에선 매년 가을 갯벌 노을 축제가 열린다.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려 마을 앞 복개도 섬까지 걸어가는 ‘신비의 바닷길 걷기 체험’도 가능하다.마을 앞쪽으로는 아름다운 여자만(汝自灣)이 자리하고 뒤로는 완만한 호암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마을 앞 해안선에는 복개도, 모개도, 장구도 등 세 무인도가 가지런히 자리해 멋을 더한다. 이 중에서 하트 모양을 닮았다는 모개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헬기를 타고 둘러본 뒤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여러 프로그램 중에는 갯벌 체험이 인기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아볼 수 있다. 호미와 장화, 바구니 등을 빌릴 수도 있다. 샤워시설과 세면대도 마련돼 있다. 하루종일 갯벌에서 뛰논 뒤 직접 잡은 바지락을 넣어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 걸 마을주민들은 추천한다. 이 밖에 대나무 망둑어 낚시, 볏짚 공예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마을 주변 해안도로는 자전거를 타거나 연인, 가족끼리 산책하기에 좋다. 숙박은 마을회관에 마련된 민박집과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펜션을 이용하면 된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해수부, 갯벌생태계 복원사업 중기 추진계획 수립정부가 앞으로 5년간 전국 각지의 갯벌 14곳·3㎢를 되살린다.2025년까지는 총 23곳의 갯벌을 복원한다.해양수산부는 이처럼 복원사업 대상지 확대, 사업관리체계 강화, 복원지역 인센티브 확대 등의 방안을 담은 '갯벌생태계 복원사업 중기 추진계획'을 만들어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해수부는 "2010년부터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중장기 계획 없이 추진돼 매년 평균 1곳, 9년간 9곳·1.08㎢를 복원하는 데 그쳤다.해양생태, 수산자원, 토목기법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힌 사업 특성상 예산확보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며 체계적인 계획 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했다.정부는 이번 계획에 따라 앞으로 5년간 23곳을 대상으로 갯벌 복원사업을 벌인다.우선 2023년까지 14곳의 복원사업을 마쳐 갯벌 3㎢를 살리고, 갯벌 물길 3㎞를 회복시킨다.갯벌 복원은 폐염전이나 폐양식장 등 버려진 갯벌을 재생하고, 폐쇄형 연륙교 등으로 바닷물 흐름이 단절된 갯벌의 옛 물길을 뚫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그 과정에서 표준화된 복원사업 기술지침을 마련·보급해 시행착오를 줄인다.또 복원된 갯벌을 브랜드화해 지역 맞춤형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복원사업에 대한 주민 만족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대상 사업지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 충남 태안군 이원면 당산4리, 전남 신안군 안좌면 존포리 등이다.한편, 해수부는 갯벌을 더욱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복원·이용하고자 '갯벌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명노헌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이번 중기계획을 차질없이 시행해 연평균 195억원에 달하는 갯벌 가치를 되살리겠다"며 "회복된 갯벌을 지역 주민에게 되돌려줘 갯벌어업을 증진하고, 생태관광 등의 효과도 내 지역관광에 보탬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한국의 서원·한양도성 철회 이어 한국의 갯벌 신청서 반려"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다 보니 등재 실패가 거듭되고 있습니다.세계유산은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인데, 과도한 관심이 쏠리면서 침몰하는 것 같아요."세계유산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22일 '한국의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가 반려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세계유산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에 있는 갯벌 약 1천㎢를 아우른다.여러 멸종위기종의 서식처이고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펄 퇴적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나 첫 번째 관문도 넘지 못했다.세계유산 12건을 보유한 한국이 최근 등재 과정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다.2016년 '한국의 서원', 지난해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자진 철회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지도가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한국의 갯벌' 등재 신청서가 반려됐다.앞서 '한국의 서원'과 '한양도성'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 전문가 패널 심사에서 각각 '반려'와 '등재 불가' 판정을 받았다.이코모스는 각국이 등재하려는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Inscribe), '보류'(Refer), '반려'(D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등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한다.세계유산센터는 한국이 지난 1월 등재를 신청한 '한국의 갯벌' 서류를 받은 뒤 지도의 축척이 작아 세계유산 신청 구역과 완충지대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신청서가 완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도이고, 지도가 결격 사유가 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한국의 서원, 한양도성,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 등재에 실패한 원인은 각기 다르지만, 문화재청과 등재 추진 기관이 등재에 필요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제대로 부각하지 못하고 준비를 여유 있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세계유산 등재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오랫동안 숙의하고 토론해야 결실을 볼 수 있는데, 세계유산을 일종의 치적으로 삼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조급증을 불렀다는 것이다.'한국의 갯벌'의 경우 작년 7월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고, 추가 논의와 보완을 거쳐 11월에야 신청 대상으로 확정됐다.이와 관련해 '한국의 갯벌' 신청서 반려를 계기로 세계유산 등재 사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학계 관계자는 "세계유산위원회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것보다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며 "차근차근 준비해 똑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