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무더위에 쓰러졌습니다.

[사진톡톡] 코로나19·폭염에 대한 '사회적 부검'이 필요할까요?
선별진료소에 냉방기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여름철 선별진료소 운영 수칙도 만들었습니다.

방호복 대신 수술용 가운을 권장합니다.

사전 예약제로 인력이 상시 대기하지 않습니다.

기온이 높은 한낮에는 진료하지 않습니다.

이른 더위이지만,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달 '2020년 여름철 전망'에서 지난해보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많아진다고 전망했습니다.

의료진이 더위에 탈진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선별진료소 대책이지만 신속한 대응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수도권 집단감염 확산으로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는 아직입니다.

천막 선별진료소가 아닌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의료진은 K방역의 영웅입니다.

무슨 일이든 영웅이 쓰러지면 끝입니다.

의료진의 몸과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게 장기전에 대비하는 K방역의 기본일 수 있습니다.

[사진톡톡] 코로나19·폭염에 대한 '사회적 부검'이 필요할까요?
야외에 있는 선별진료소에는 '더위'와 '무더위'가 있습니다.

무더위는 습도와 온도가 높아 찌는 듯한 걸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찜통더위입니다.

습도가 낮은 더위는 뜨겁기만 합니다.

불볕더위입니다.

그늘에서 피할 수 있습니다.

올해 폭염특보가 예년보다 빨랐습니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폭염특보 기준을 일 최고 기온에서 체감온도로 변경했습니다.

이틀 이상 33도 이상이 예상되면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입니다.

체감온도는 습도와 상관있습니다.

습도 50%를 기준으로 10% 올라가면 체감온도도 1도 올라갑니다.

습도 높은 장마철이 더 덥고 짜증 나는 이유입니다.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린 4일 '대프리카'라고 하는 대구의 경우 습도가 60% 아래였습니다.

무더위라기보다 불볕더위입니다.

서울에 첫 폭염특보가 내린 9일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어떨까요?
한 방송사의 뉴스를 보면 선별진료소의 천막 안에서 카메라 장비가 작동을 멈춥니다.

46도가 넘는 실내 온도입니다.

의료진은 그 안에서 방호복을 입고 있습니다.

방호복 속은 습도를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열기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마스크만 써도 덥습니다.

더위에 얇은 덴탈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방호복 의료진은 더위가 오기 전부터 무더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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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 의료진을 더 진땀 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몇 시간을 기다린 줄 아세요? 애들 먼저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확진자가 나온 서울의 한 시설에 급하게 야외 선별진료소가 차려졌습니다.

검사받으려는 시설 관계자들이 길게 한 줄입니다.

아이들도 드문드문 있습니다.

아이들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한 어머니가 소리칩니다.

두려움과 더위에 지친 어머니입니다.

의료진도 지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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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방역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524년 조선 시대 중종 때 전염병으로 2만3천여명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인구는 400만명가량. 비율로 보면 요즘 한해 총 사망 숫자와 비슷합니다.

코로나19처럼 1월에 전염병이 발생했습니다.

7월에야 왕에게 보고됩니다.

당시 지역 관리가 책임을 회피했는지, 지쳤는지 모르겠지만 사명감은 없었나 봅니다.

중종은 죽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해당 지역 관리가 보고하지 않은 것은 "사람의 죽음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라며 질책합니다.

그리고 이듬해에도 전염병이 계속되자 이렇게 지시합니다.

"죽은 자는 관가에서 묻어주어 비바람에 노출되지 않게 하고, 살아남은 자는 굶주리지 않게 하고, 병을 피해 떠난 군사는 자비를 베풀어 편안히 살게 하라"
당시로써는 최선의 시스템입니다.

[사진톡톡] 코로나19·폭염에 대한 '사회적 부검'이 필요할까요?
매년 폭염은 큰 뉴스입니다.

폭염에는 늘 사회 취약계층이 사망하기 때문입니다.

폭염도 코로나19 못지않게 최선의 시스템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 폭염이 찾아옵니다.

체감온도 48도입니다.

한 달 간 700명이 넘게 사망합니다.

당시 미국에서 열사병 사망자는 매년 400여 명이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원인에 대해 연구합니다.

에어컨이 없는 사람과 아픈 환자의 사망위험이 높다는 당연한 결과 외에 사회적 고립이 문제가 된다는 점을 밝힙니다.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 혼자 있는 사람이 많이 숨졌다는 겁니다.

'폭염:시카고 참사에 대한 사회적 부검'은 미국 사회학 교수가 공동체와 국가 역할의 관점에서 연구한 결과입니다.

범죄율 높은 지역 주민 사망이 높았습니다.

이유는 치안 문제로 외출을 꺼리고,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망원인을 파악한 시카고는 폭염 대피 시설을 만들고, 무료 셔틀버스를 준비합니다.

낙후된 지역 주민들은 경찰과 공무원이 방문하도록 합니다.

4년 뒤 비슷한 폭염이 왔을 때 대피 시설이 부족하여지자 하루 만에 학교 31곳을 추가로 지정합니다.

사망자는 110명으로 줄었습니다.

코로나19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폭염 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곧 장마입니다.

야외 선별진료소가 얼마나 버틸지 의문입니다.

여름이 지난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추위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톡톡] 코로나19·폭염에 대한 '사회적 부검'이 필요할까요?
[사진톡톡] 코로나19·폭염에 대한 '사회적 부검'이 필요할까요?
의료진의 피로도 문제입니다.

폭염 특보 기준을 기온에서 체감온도로 변경한 것을 K 방역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진자 숫자는 최고 기온입니다.

체감온도는 의료진과 시민이 기준입니다.

체감온도에 영향을 주는 습도는 의료진의 경우 자신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피곤, 마침표 없는 생활 등입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 없이 영웅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더우면 에어컨 틀어주는 게 해결은 아닙니다.

자연재해인 폭염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 문제로 보고 최선의 시스템을 찾은 시카고 사례처럼 의료진 문제도 접근해야 합니다.

"의료진으로서의 사명감과 국민적 응원에서 나오는 자부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의 말입니다.

사명감, 자부심은 마음이 중요합니다.

지친 몸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진톡톡] 코로나19·폭염에 대한 '사회적 부검'이 필요할까요?
* 보건학자 김승섭 교수의 저서 '우리 몸이 세계라면'과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참고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