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 마지막 총리' 현승종 前 한림대 총장 별세
노태우 정부 시절 마지막 국무총리로 재직했던 현승종 전 총리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101세.

1919년 평안남도 개천에서 태어난 현 전 총리는 1943년 경성제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46~1974년 고려대 법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60년 4·19혁명 당시 고려대 학생처장으로 교수 데모에도 참여한 바 있다.

1974년 고려대를 떠나 1980년까지 성균관대 총장을 지냈고 이후 고려대 객원교수, 한림대 총장을 지내며 교육계를 떠난 적이 없다.

현 전 총리가 총리에 임명된 1992년 10월은 관권선거 의혹 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때였다. 노 전 대통령은 민자·민주·국민당으로부터 중립내각 구성을 일임받았고 한림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현 전 총리를 중립내각 총리로 임명했다. 임명 당시 나이는 73세. 역대 총리 중 가장 많은 나이에 취임한 것이다. 5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재임 기간이었지만 시끄러웠던 정국을 가라앉히고 대선을 치러냈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인 1993년엔 대규모 부정입시 사건으로 이사장이 공석이었던 건국대에 관선이사로 파견됐다.

1999년 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제 말 학도병으로 간 뒤 일본군 장교로 임관해 중국 팔로군과 교전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다. 현 전 총리는 “조부(현희봉)와 부친(현기정)이 의병과 독립운동가로 헌신했는데, 나는 일본군 소위와 학도병이었다고 차마 밝힐 수 없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학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같은 해 4월 이사장직에서 퇴임했다.

자신의 과거를 ‘친일 행동’이라고 보도한 일부 언론을 상대로 “학도병으로 끌려갔을 뿐 독립군과 싸운 적은 없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다. 발인은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