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이 다음주부터 대면강의를 시작한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대한 생활방역 전환을 준비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 사이에서는 “집단감염 위험이 있다”는 반대도 만만치 않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오는 4일부터 실험·실습 과목 위주로 대면강의를 한다. 고려대는 11일부터 대면강의와 비대면강의를 병행한다. 고려대에서는 30인 이하 강의일 경우 수업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대면강의만 할 수도 있다. 한국외국어대와 동국대 역시 11일 대면강의를 시작한다. 한국외대는 20인 이하 강의, 동국대는 강의실 수용인원의 50% 이하일 경우 대면강의를 하기로 했다.

1학기 전체를 온라인강의로 진행하는 대학도 실습·실기 수업은 대면강의로 전환하고 있다. 연세대는 20인 이하 실습·실기 수업 또는 대학원 수업은 13일부터 대면강의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중앙대와 한양대도 지난달 실습·실기·예체능 수업에 한해 대면강의를 시작했다. 숭실대 역시 11일부터 실습 수업 등에 한해 대면강의를 진행한다.

대면강의를 앞두고 대학가에선 “학생 안전·주거 문제를 위해 온라인강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시라도 빨리 전면 대면강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지난달 29일 대면강의 시행 여부를 밝히자 “비대면강의를 당분간 이어가자는 학생들의 의견이 묵살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외대 총학은 “아직 서울에 집을 얻지 못한 학생들을 고려하면 실제 수업일은 대면수업을 결정하고 최소 2주 뒤에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면강의 중 발열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나오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세한대 총학생회는 “등교 학생 가운데 발열 증상을 보인 학생이 확인됐다”며 학생들에게 등교 자제를 당부했다. 세한대는 지난달 27일부터 대면강의를 했다. 총학 측은 해당 학생이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온라인강의의 질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면서 “대면강의를 하루빨리 앞당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최모씨(24)는 “연기 수업은 학생 능력을 온라인강의로는 평가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자비로 연습실을 빌려서 연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온라인강의에 따른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이어지면서 학교들이 대면강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 203개 대학, 2만17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9.2%는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등록금 환불보다 장학금 지급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대구한의대와 대구대, 서울신학대, 계명대 등은 재학생 모두에게 10만~2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권 대학에서도 장학금 지급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