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공증 문제로 마사회와 갈등 빚다 영결식 3시간 넘게 미뤄져
부산서 서울 거쳐 102일 동안 투쟁…갈등 불씨는 여전
故문중원 기수 우여곡절 끝에 102일 만에 영결식 후 장지로(종합)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 영결식이 9일 엄수됐다.

고인이 숨진 지 102일 만이다.

영결식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 늦은 5시께 부산 강서구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본부 앞에서 진행됐다.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대책위)가 "장례 후에도 투쟁 활동을 계속하기로 한 것을 마사회가 문제 삼아 지난 6일 합의한 합의서 공증을 거부했다"며 본부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기 때문이다.

갈등은 양측 교섭 대표가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와 부산·경남 경마 본부가 공증을 수일 내에 진행하기로 합의 후 마무리됐다.

문 기수 부인 오은주 씨는 영결식에서 "100일이 넘어서야 이제 남편을 보낸다"며 "한국마사회라는 높은 산과 합의를 했지만, 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영결식에는 대책위와 민주노총, 유족 등 100여명이 참석해 문 기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에 앞서 유족과 대책위는 문 기수가 삶과 죽음 경계에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기수 숙소를 찾았다.

숙소에서 오 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고인 유품 등을 보며 오열했다.

앞서 발인제는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4호실에서 이날 오전 7시께 시작했다.

故문중원 기수 우여곡절 끝에 102일 만에 영결식 후 장지로(종합)

고인의 딸(9)과 아들(7)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의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가장 먼저 절을 올렸다.

영정 사진 속 고인은 말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목사는 조사(弔詞)에서 "마사회의 부패와 갑질에 막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나"며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남매를 남겨두고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그 아픔을 다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말을 대충 타라는 등 부당한 지시 때문에 기수로서 한계를 느꼈고, 이에 조교사가 되고자 면허를 취득했지만 마방을 받지 못했다'라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책위와 유족은 마사회에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고, 문 기수가 숨진 지 99일째였던 이달 6일 마사회가 애도 표명과 재발 방지안을 약속하자 미뤄왔던 장례를 치렀다.

故문중원 기수 우여곡절 끝에 102일 만에 영결식 후 장지로(종합)

이날 우여곡절 끝에 102일 만에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

대책위는 장례가 끝난 이후에도 마사회 적폐 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합의이행 등을 계속 요구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오늘 영결식을 앞두고 다시 한번 마사회 민낯을 확인했다"며 "적폐 청산과 더는 죽음을 막기 위한 강력한 실천 투쟁을 벌여 나가야 함을 다시 결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