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명 회장 "어려움 처한 미래세대 도울 때 행복 느끼죠"
“아이들이 소아암을 장애가 아니라 성장의 경험으로 받아들여 당당한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세계 소아암의 날’(2월 15일)을 앞두고 만난 이중명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아난티그룹 회장·77·사진)은 “소아암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하고 행복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환아와 그 가족에 대한 통합 치료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소아암의 날은 세계소아암부모연합이 소아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01년 제정했다. 이 회장은 2015년부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소아암이 가족 전체에 고난을 주는 ‘가족 질병’이라고 했다. 지난해 협회의 치료비 지원을 받은 아홉 살 우진이(가명) 사례를 예로 들었다. 소아암을 앓는 우진이와 난치병에 걸린 친누나를 치료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그는 “대부분 부모가 맞벌이하는 30대 부부”라며 “치료를 위해 회사를 휴직한 상태에서 값비싼 치료비를 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교육 단절 문제도 심각한 편이다. 소아암을 치료하더라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복지·교육·자립을 지원하는 ‘소아청소년암 통합지원센터’를 지난해 설립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1995년 중앙관광개발회사로 출발, 리조트·골프·레저 사업을 하는 아난티(옛 에머슨퍼시픽그룹)를 이끌고 있다. 회사 밖에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폐교 위기에 빠진 경남 남해 해성중·고교를 인수해 명문 학교로 발전시켰다. 2012년부터는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소년원 출신이나 사회 부적응 청소년의 자립 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법무부 지원을 받아 1998년 창설된 단체다.

이 회장은 “대전에 있는 한 소년원에서 아이들과 5박6일 동안 숙식을 함께한 적이 있다”며 “주위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한 게 소년원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때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꾸준히 연락하고 진정성을 보이니 아이들도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청소년행복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키다리 할아버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공헌 활동도 일종의 ‘행복 중독’입니다.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은퇴를 앞둔 기업인들이 앞장서 미래 세대를 키워야 한국도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