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방화3동 어르신 연합회'의 떡 나누기 봉사
이웃 위해 18년째, 어르신들이 나누는 '사랑의 떡국떡'
"평소엔 반찬도 없이 밥을 그냥 고추장에 비벼 먹어요.

이번 설에도 떡을 못 받았다면 그렇게 먹어야만 했을 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방화3동 어르신 연합회' 회원들은방화동의 아파트에 혼자 사는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 이모(77)씨를 찾아 떡국 세트를 전달했다.

이씨는 선물을 받아들고 "혼자 거동이 어렵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어 끼니 챙기기도 힘들었다"며 "덕분에 이번 설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연합회 회원 40여명은 이 아파트 단지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50명에게 각각 가래떡 1.5㎏과 간편식 사골국 두 봉지가 든 상자를 전달했다.

이들이 매년 설을 앞두고 벌여 온 '사랑의 떡국떡' 나눔 행사는 올해로 18년째다.

2003년에 시작해 한 해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방화3동의 경로당 16곳이 모여 결성한 연합회의 회원 수는 200명쯤이다.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매번 다르다.

이들은 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를 한다.

봄에는 쑥 등 나물을 캐고, 추석에는 송편을 빚어 나눠준다.

지역 소상공인으로부터 후원받은 성금으로 방화3동에 사는 초·중·고등학생 12명에게 장학금도 준다.

연합회는 2008년부터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의 지원도 받으면서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봉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7년째 연합회를 이끌어 온 심영수(84) 회장은 24일 "노인들이 모여 '우리 동네를 위해 뭐라도 해 보자' 하고 시작한 일이 벌써 이렇게 오래됐다"며 "봉사를 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웃 위해 18년째, 어르신들이 나누는 '사랑의 떡국떡'
교사로 재직할 당시부터 50년 넘게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다는 심 회장은 "2014년 췌장암으로 쓰러졌지만 수술을 받고 금방 회복했는데, 신이 '너는 남아서 봉사를 더 하라'면서 살려주신 것 같다"고 했다.

심 회장은 봉사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묻자 "요즘 경기가 어려운 탓에 도움의 손길이 줄어드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아쉬워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설을 앞두고 80∼100명에게 떡을 나눠줬는데, 식당과 가게에서 후원을 중단하거나 축소해 올해는 나눔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심 회장은 "꼭 돈이 많아야 하는 게 아니라, 마음만 있으면 남을 도울 수 있다"며 "나도 건강이 받쳐주는 한 봉사와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