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영광굴비’와 관련한 역대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에서 법원이 “검찰이 주장한 피해자가 실제와 다르다”며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주범에게 구형량의 절반인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가짜 영광굴비 거래의 피해자를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빼고 최종 소비자로 한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약 10년간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굴비로 속여 팔면서 650여억원의 이익을 챙긴 사기범 일당의 1심 선고공판을 지난 9일 열었다. 검찰은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주범 박모씨(63)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검은 2018년 박씨에 대해 세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중국산 조기를 국내산 영광굴비로 가공했고 롯데쇼핑(롯데백화점, 롯데마트)과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에 가짜 영광굴비를 납품했으며 CJ오쇼핑에도 가짜 영광굴비를 넘긴 혐의다.

검찰은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등을 사기 사건의 피해자로 여겼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CJ오쇼핑은 사기범들과 소비자를 중개하는 역할만 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가짜 영광굴비를 사들여 판매한 뒤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대금을 돌려주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피해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과 달리 “사기의 피해자는 조기를 구입한 소비자이며 유통업체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통업체가 사기범들에게 대금을 지급했지만 팔지 못한 상품은 모두 반품한다는 조건이 있었고, 일당에게 매장 자리를 제공하고 판매금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었다”며 “CJ오쇼핑과 실질적으로 계약 형태가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검찰이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피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박씨에게 사기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사기죄의 구성 요건에는 피해자가 사기를 당해 돈을 쓰는 ‘처분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유통업체들은 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기죄는 범죄 금액 규모에 따라 양형 기준이 결정되는 만큼 이 부분이 유죄 인정을 받았으면 형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부지검은 공소장 변경과 항소를 검토 중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