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명백한 '하명수사' 판단
백원우 넘어 조국까지 수사 선상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넘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자료는 단순 첩보자료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불법 내사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경찰의 김 전 시장 수사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불법 사찰자료를 활용해 사실상 ‘하명수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작성 배후에 경찰이 있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백원우가 넘긴 김기현 첩보 '불법사찰 자료' 의혹

불법 사찰에 버금가는 자료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백 전 비서관이 박 비서관에게 넘긴 김 전 시장 자료는 그에 대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수사기관의 내사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백 전 비서관이 넘긴 자료 원본을 확보한 검찰은 자료의 바탕이 된 제보가 불순한 의도를 띠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사실상 ‘불법 사찰’에 가까운 자료라고 보고 이 자료 작성에 경찰이 개입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만약 경찰이 자료 작성에 개입했다면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한다. 청와대는 대통령령에 따른 내부 직제상 대통령과 친인척, 대통령이 임명한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에 대해서만 감찰할 수 있다. 선출직 공무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고, 그 밑에 백 전 비서관과 박 비서관이 있었다.

검찰과 법조계는 청와대가 지난해 2월부터 경찰로부터 아홉 차례가량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것 역시 ‘부작위에 의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형사법 학자는 “마땅히 보고받지 말아야 했는데 받은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며 “검찰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선출직 공무원 제보를 관계 기관에 이첩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국 소환해 ‘하명수사’ 조사할 듯

검찰은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백 전 비서관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까지 지목하고 있다. 사모펀드, 자녀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피의자가 된 조 전 장관을 소환해 ‘유재수 감찰무마사건’과 ‘김 전 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와 백 전 비서관은 김 전 시장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통례에 따라 관계 기관에 이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이 유재수 전 부산시장, 손혜원 국회의원 등과 관련된 사건은 이첩하지 않은 점을 들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자기편의 불법은 감찰이나 이첩조차 하지 않고, 정적에 대해선 수사 진행 상황까지 챙기는 이중성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2017년 11월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금전수수 의혹이 특별감찰반에 포착됐지만 감찰은 도중에 중단됐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은 지난 2월 “윗선의 지시로 중단했다”고 폭로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수수한 혐의로 이달 27일 구속됐다. 청와대는 1월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손 의원에 대해서도 민정수석실 감찰 규정을 내세워 “정치적 감찰을 할 수 없다”며 감찰을 거부했다.

반면 김 전 시장은 6·13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여론조사 1위를 달렸지만 경찰이 측근 수사에 나선 이후 낙선했다. 김 전 시장 측근들은 선거 이후 검찰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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