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권력 남용한 것"…30년 만에 다시 '분배농지는 농민소유' 결론

대법, '구로동 분배농지는 국가소유' 1989년 판결 '취소' 확정
서울 구로동 농지가 1950년 농민들에게 분배되는 과정에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구실로 땅을 다시 국가 소유로 넘기는 법적 근거가 됐던 법원의 확정판결이 30년 만에 취소됐다.

국가가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해 농지를 분배해준 공무원들을 사기죄 등으로 처벌하고 농민들에게 분배된 농지를 국가 소유로 강탈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른바 '구로동 분배농지' 사건의 당사자인 이 모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재심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구로공단 분배농지' 사건은 1961년 9월 정부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구로동 일대에 약 30만평의 땅을 강제수용하면서 시작됐다.

1950년 서울시로부터 농지를 분배받아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적법하게 분배를 받아 상환곡까지 납부 완료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씨도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냈고 1968년 7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구로공단 조성에 차질을 우려한 당시 박정희 정권이 권력기관을 동원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검찰은 1968년부터 농민들과 관련 공무원에게 사기 혐의 등을 적용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농지분배 서류가 조작됐다며 농민들뿐만 아니라 농림부 등 각급 기관의 농지 담당 공무원들까지 사법처리됐고,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가는 이를 근거로 이씨가 승소를 확정받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판결을 대상으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1989년 12월 기존 판결을 취소한 뒤 이씨의 패소로 결론 내렸다.

그러다 2008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을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또다시 뒤집혔다.

사법처리됐던 당시 공무원들도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씨의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1989년 법원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1989년 판결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국가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서울고법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