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드마이크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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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윤규근 총경(49)이 구속되면서 경찰의 ‘버닝썬 사건’ 수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당시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 총경을 두 달간 대대적으로 수사했지만 그가 빅뱅 전 멤버 승리(이승현)의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게 경찰의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줬다는 혐의만 밝혀내고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4개월 가까이 윤 총경에 대해 보강수사를 해 새로운 혐의로 그를 구속했다.

대통령이 조직 명운 걸라고 했는데

송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0일 “범죄 혐의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윤 총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총경은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의 정상훈 전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차명으로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정 전 대표는 2016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경찰은 정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윤 총경이 수사 무마의 대가로 비상장업체 주식 수천만원어치를 친형 이름으로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는 승리를 윤 총경에게 소개해준 인물로 이른바 ‘조국펀드’(블루코어밸류업1호)가 인수한 2차전지업체인 WFM 대표 김모씨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당시 마련한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수사가 검찰로 넘어가면서 밝혀진 것이다.

버닝썬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은 “버닝썬 사건은 경찰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 규명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150여 명을 투입해 두 달간 수사를 벌였지만 영장 발부 근거가 된 윤 총경의 혐의를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승리 일행과 윤 총경이 수차례 골프와 식사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친분을 쌓기 위한 과정”으로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해서도 접대 금액이 형사처벌 기준인 1년에 300만원을 넘지 않았다며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명운 걸었다'던 경찰, 윤 총경 부실수사 논란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이 윤 총경에게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인 7일 “검찰에서 수사한 부분은 우리가 수사한 부분과 영역이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당시 수사는 승리 등에게 초점을 맞췄고, (주식 거래 부분은) 내사를 진행하고 기록도 검찰에 다 보냈다. 검찰이 이 부분을 추가로 수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경찰 안팎의 중론이다. 한 경찰서 지능팀장(경정)은 “14번이나 금융계좌와 통신 기록 등을 압수수색한 경찰이 윤 총경의 수상한 주식 거래를 인지하지 않았을 리 없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서 청와대와의 창구였던 윤 총경을 경찰 수뇌부가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수사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청에 근무하는 경찰 관계자는 “윤 총경이 마지막으로 근무한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청장의 오른팔이나 ‘청와대에서 찍어서 보내는 자리’”라며 “입버릇처럼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던 수뇌부가 어떤 식으로든 실추된 조직의 명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