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천식 어린이가 성악가 돼 무대 설 때 감격"
“음악을 취미로 삼을 때도 1만 시간의 법칙이 중요합니다. 1년 정도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죠. 클래식은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일단 듣는 것부터 시작해봐야 합니다.”

클래식 501곡을 모아 엮은 네 권의 책 <필하모니아의 사계>를 완간한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9·사진)는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어떻게 들어야 하느냐고 묻지만 특별한 방법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교육부 청소년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이 책의 첫 권은 2010년 나왔다. 10년 만에 마지막 책을 완성했다. 오 교수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앨범을 골라 501곡을 추렸다”고 했다.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오 교수는 천식·알레르기 분야 세계적 명의다. 국내에 알레르기라는 개념조차 익숙지 않았던 1992년 미국 테네시주립대로 연수를 가 알레르기면역학을 배웠다. 지난해 의학출판사 스프링거를 통해 꽃가루 알레르기 영문교과서를 출간한 그는 오는 11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올 3월에는 미국 농무부 연구팀과 함께 지구온난화가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세계적 과학학술지 란셋에 발표했다.

그는 환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통하기도 한다. 2004년부터 매달 병원 로비에서 환자를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 오 교수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이후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연주를 시작했다”며 “병원 리모델링 공사로 2년 정도 중단하고 있지만 그전까지 한 해도 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천식으로 고생했던 어린 학생이 음악회를 보며 성장해 성악과에 간 뒤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며 “그땐 눈물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오 교수의 어릴 적 꿈도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음대에 진학하려 했지만 부친의 반대로 의대에 갔다. 하지만 그 꿈을 놓지 않았다. 서울 장충동에 있던 동북고를 다닐 때는 주변에 있던 서울음대, 독일문화원, 국립극장이 스승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연주를 들으며 음악적 소양을 키웠다.

의사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한양대의대오케스트라 악장, 미국 스탠퍼드 팰로앨토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리니스트 등으로 활동했다. ‘일과 취미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일에서 성공해 시간이 생겼을 때 취미를 갖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며 “어릴 때부터 재미와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클래식 입문자가 들을 작곡가로 모차르트, 바흐, 베토벤을 꼽았다. “음악가들은 모차르트를 어렸을 때 연주하기 제일 쉬우면서 죽을 때까지 마스터하지 못하는 음악가라고 하죠. 바흐 음악은 벽돌을 차곡차곡 쌓은 독일 교회와 같이 완벽한 구조입니다. 베토벤은 귀족들의 향유를 위한 음악에 사상과 철학을 넣은 사상가이자 철학가예요. 마음에 맞는 곡부터 시작해보세요.”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