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법률회사(로펌) 시장을 개척한 1세대 로펌 창업자 일부가 여전히 직접 사건을 맡아 변론하거나 법정에 나오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두식 세종 경영전담 대표변호사(62·사법시험 22회)와 윤호일 화우 대표변호사(76·사법시험 4회)는 각각 인도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 과징금 제재 등의 사건을 수임해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1세대 로펌 창업자가 대부분 은퇴하거나 경영에서 물러난 것과 달리 이들이 사건을 맡아 전문성을 발휘하며 시장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김 대표는 한국서부발전이 인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사건에서 서부발전을 대리해 변론에 나서고 있다. 서부발전은 2012년부터 추진해온 인도 내 가스발전소 사업이 인도 정부의 일방적인 가스공급 정책 변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작년 10월 ISD를 제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ISD 사건 가운데 국내 로펌이 단독 대리인을 맡은 첫 사건인 데다 김 대표 본인도 ISD 사건에 애정이 많아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김 대표는 국내 4위 로펌인 세종의 설립자다. 1983년 서울고·서울대 법대 선배인 신영무 변호사(9회)와 함께 세종을 세웠다. 세종의 영어 이름 ‘Shin&Kim’에서 Shin은 신 변호사, Kim은 김 대표를 뜻한다. 김 대표는 2013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3월 경영전담 대표로 복귀했다. 대형 로펌의 창업자가 다시 회사로 돌아와 경영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윤 대표는 지난해부터 재판이 시작된 공정위의 미국 퀄컴에 대한 1조원대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사건에서 퀄컴을 대리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윤 대표는 변론 전략을 세우고, 서면 작업을 모니터링하며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1989년 화우의 전신인 우방을 설립한 그는 국내 공정거래 법률 자문시장의 개척자로 불린다. 2015년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70대의 고령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한국이 세계 여섯 번째 남극 내륙기지 보유국을 목표로 남극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극점에 이르는 1700㎞의 코리안루트를 개척한 뒤 내륙기지를 세울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 ‘K-루트사업단’이 30일 남극 내륙에서 코리안루트를 개척하기 위한 탐사활동을 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K-루트 사업단 제공
“남북한 과학자가 힘을 합친다면 극지 지층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윤호일 극지연구소 소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질·광물 분야 연구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문화·스포츠 교류에 이어 극지연구 등 과학 교류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세계 52개국이 소속된 남극조약 가입국이지만 협의당사국(ATCP)은 아니다. 협의당사국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29개 국가로 구성됐다.윤 소장은 “폴란드 등 동구권은 물론 동남아 국가의 과학자들도 세종기지에 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며 “남북 공동 극지연구는 미래 동반자 관계를 다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1988년 세계에서 31번째로 남극에 세종기지를 구축했다. 2014년 2월에는 두 번째 남극연구 시설인 장보고기지를 만들었다. 남극에는 31개 국가에서 설치한 40개 연구기지가 있다.극지연구소는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으로,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실로 출발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연구소에는 박사급 150여 명이 극지의 기후, 생물, 자원, 지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윤 소장은 인하대 해양지질학 박사 출신으로, 1986년 한국해양연구소에 입사하면서 극지연구와 인연을 맺었다.윤 소장은 제2 쇄빙연구선 건조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쇄빙연구선은 빙하의 흐름, 환경 변화, 유용 광물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선박이다. 극지의 신에너지 확보와 극지 루트 개척 등을 위해 미국은 쇄빙연구선 3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 일본, 중국도 제2 쇄빙연구선 도입은 물론 헬기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2009년 11월에 건조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7487t) 1척을 운영 중이다. 2016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제2 쇄빙연구선 건조에 대한 예비타당성 검토를 했지만, 2500억원이 넘는 예산 부담과 쇄빙선 규모(1만2000t) 이견 등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윤 소장은 “일본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공급받는 북극 루트를 조성해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나섰으며, 후발주자인 중국은 남극에만 4개의 기지와 헬기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극지연구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남북 공동 극지연구와 제2 쇄빙연구선 건조는 연구 수준 제고와 조선산업 활성화 등 국내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