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 국내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해 해외 사업과 공항 주변 인프라 확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 국내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해 해외 사업과 공항 주변 인프라 확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국제 여객 수 기준으로 세계 5대 공항이 됐다.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제쳤다. 경영 실적도 매출 2조6511억원과 순이익 1조1181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여객 수는 39%, 순이익은 45% 증가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재임 3년간 제2터미널이 개장하는 등 양과 질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일본 등과의 경쟁, 국내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하면 해외 사업과 공항 주변 인프라 확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을 앞두고 3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정 사장을 지난달 26일 인천 영종도에서 만났다.

▶인천공항이 국제여객 기준으로 세계 5위 공항이 됐습니다.

만난 사람=김태완 지식사회부장
만난 사람=김태완 지식사회부장
“지난해 국제여객이 6767만 명이나 됐습니다. 저는 이렇게 빨리 샤를드골과 창이공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해외여행객이 매년 10%씩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면서 외국 손님이 방한한 것도 여객 증가에 한몫했다고 봅니다. 공급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LCC를 이용한 여객은 2077만 명으로 인천공항 전체 여객의 30%나 됐습니다.”

▶지난해 실적은 어떤가요.

“2016년에 매출 2조186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까지 3년째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당기순이익은 2년 연속 1조원 이상을 거뒀습니다. 국제화물 물동량은 286만t으로 홍콩 첵랍콕공항(502만t),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291만t)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환승객은 지난해 처음으로 8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수익성은 여전히 좋은데 매출 성장세가 좀 둔화했습니다.

정일영 "필리핀 공항 지분투자 등 해외사업 키워야 인천공항 제2 도약"
“국제여객과 환승객 유치를 위한 세계 주요 공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중국 베이징 공항과 상하이 공항, 일본 하네다공항에 국제선 취항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공사 상업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항 면세점들도 시내면세점과의 경쟁이 심합니다. 최근 여객들이 셀프 체크인과 자동수하물위탁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공항에 미리 나와 체류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매출 감소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소득 증가로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더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에 대비해야 합니다.”

▶장기 성장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해외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인천공항은 서비스와 안전운전 경험 등이 세계적 수준입니다. 세계 초대형 공항들은 반드시 세계 최고의 공항서비스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경쟁력이 있어요.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 운영권을 확보하고, 필리핀 마닐라 신공항 건설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 운영권 수주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쿠웨이트공항 4터미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습니다. 연간 450만 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터미널이에요.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부터 5년간 수주액 약 1억2760만달러(약 1400억원)를 받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사의 해외사업 누적 수주액이 9344만달러였는데 이 사업 한 번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된 겁니다. 더구나 해외 사업이 공항 컨설팅 위주에서 터미널 수탁운영까지 확장됐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인천공항과 같은 수준의 무결점 공항 운영을 쿠웨이트공항에서 보여준다면 중동, 동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 사업 영역을 넓힐 기회가 될 겁니다.”

▶공항의 해외사업 시장 규모가 꽤 큰가 봅니다.

“인천공항은 그동안 공항 컨설팅과 수탁운영 위주의 사업만 수주했습니다. 공항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 투자 등 공격적인 해외 사업을 추진하면 시장은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해외 공항 건설 단계부터 우리나라의 건설, 설계, 전자·전기, 금융 분야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거든요. 현재 우리가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 마닐라 신공항 사업만 봐도 총사업비가 17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외국 공항들은 이미 주식 맞교환 등으로 연합체를 형성해 뛰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세계 주요 공항공사, 공항운영사 등과 적극적인 결합으로 공동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동북아 허브 공항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과 중국 공항들도 대형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경쟁해야 합니까.

“그동안 유럽과 미주로 여행을 떠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은 국제선 항로가 풍부한 인천공항에 와서 환승하는 경우가 많았죠. 일본의 지방에서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들도 도쿄 인근의 나리타공항보다 인천공항으로 오는 게 더 편리해서 환승하러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 하네다공항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국제선이 확대되면서 인천공항의 환승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베이징 공항만 봐도 미주와 유럽으로 가는 항공편이 우리보다 더 많고 운임도 훨씬 쌉니다. 국제여객이 인천공항에서 환승하고 싶도록 공항 주변에 K팝, 복합리조트, 놀이시설 등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종도에 대형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는 것도 큰 영향을 주겠네요.

“2017년 4월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했습니다. 전체 부지가 축구장 46개 크기인 33만㎡에 달합니다. 호텔 카지노 컨벤션 쇼핑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환승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올해는 인천공항 제3국제업무지구에서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건설사업이 시작됩니다. 2022년께 개장하면 연간 230만 명의 여객과 55만 명의 환승관광객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관계 개선이 되면 인천공항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항공 수요가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남북평화도로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시작하거든요. 영종도에서 강화까지 이어지는 남북평화도로의 1단계 사업인 영종~신도 구간(3.5㎞)이 지난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았습니다. 이 도로가 완공되고 강화와 개성을 잇는 도로가 건설되면 공항을 이용한 물류나 북한 비즈니스를 위한 인적 왕래가 활발해질 겁니다. 인천공항은 한반도 비즈니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허브공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죠.”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1호 사업장입니다. 그동안 많은 진통이 있었는데 해결이 됐습니까.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공사와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노사 간 타결됐습니다. 다만 공사의 정규직화 발표 이후에 입사한 비정규직 입사자들을 경쟁 채용하는 문제를 놓고 협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취지는 고용 안정이기 때문에 이들이 경쟁 채용을 거치더라도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채용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재임 3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1월 개장한 제2터미널 건설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폭설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개장식을 했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과 장비를 수송할 수 있었습니다.”

▶임기를 거의 마무리했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

“3년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됐을 때도 인생의 덤으로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게 어떤 일이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에서 또 하나의 덤으로 생각하고 가치있게 만들도록 노력해야죠.”

■정일영 사장은…

“2020년까지 인천공항을 세계 5대 국제여객 공항으로 만들겠습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2016년 9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약속을 2년 앞당겼다. 그는 취임 첫날 오전 6시부터 등산화를 신고 여객터미널, 수하물 벨트라인, 활주로 등 공항 곳곳을 살피면서 현장경영을 강조해 ‘등산화 사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재임기간 제2터미널 성공 개장, 국제여객 순위 세계 5위 달성, 쿠웨이트공항 수탁운영 사업 수주, 비정규직 1만여 명의 정규직화 추진 등 굵직한 성과를 일궜다.

셀프 체크인, 백드롭 기기, 스마트 수하물확인시스템, 안내로봇 에어스타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항을 구축해 ‘공항의 5G(5세대)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79년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국장, 국제항공협력관, 항공교통실장 등 항공교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항공교통 전문가다. 국토부 교통항공 분야에 30여 년간 몸담았다.

■약력

△1957년 충남 보령 출생
△용산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발전경제학 석사, 영국 리즈대 교통경제학 박사
△1979년 행정고시 합격(23회)
△1992년 교통부 항공정책과장
△2000년 건설교통부 국제항공협력관
△2009년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2011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정리=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