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의원 사법처리 여부 관심…검찰, 직권남용죄 적용 법리 검토
사건 연루 법관들 기소여부 이달 결정…양 전 대법원장 등 추가 기소 가능성
양승태 넘은 사법농단 수사…연루 법관·'재판청탁' 정치인 겨냥
검찰이 구속 수사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11일 재판에 넘기면서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에 걸쳐 진행된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핵심 인물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일괄 기소하면서 검찰 수사는 9부 능선을 넘었다.

이후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전현직 법관 100여명 중 기소 대상을 추려낼 예정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양승태 사법부에 재판 청탁을 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가 여전히 '불씨'로 남게 된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앞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재판 청탁을 한 의혹이 있다고 적시한 현직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유동수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이다.

서 의원은 국회 파견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지인 아들을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의원의 요구는 임 전 차장과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을 거쳐 담당 판사에게 그대로 전달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임 전 차장 공소장에는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유동수·홍일표 의원의 민·형사 재판 대응전략을 짜줬다는 혐의도 담겼다.

유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2심에서 벌금 90만원이 나와 의원직을 유지했다.

홍 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법원행정처가 수사 방어 전략과 기소 시 재판 전망 문건을 작성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홍 의원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양승태 넘은 사법농단 수사…연루 법관·'재판청탁' 정치인 겨냥
전직 국회의원으로는 민주당 전병헌 전 의원과 한국당(옛 새누리당)의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 등 3명이 공소장에 이름을 올렸다.

재판 관련 청탁을 한 것으로 지목된 전·현직 의원 가운데 전병헌·이군현 전 의원은 비공개로 검찰에 소환됐으며 서영교 의원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하다가 서면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물증과 복수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만큼 국회의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놓고 법리 검토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 4명을 일괄 기소한 검찰은 일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이달 안에 결정한 뒤 '재판 청탁'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에 관여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기소 여부도 이때 함께 결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공범인 법원 내부 인사(전·현직 판사)에 대한 처리 여부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심은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수뇌부에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를 정치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로 모아진다.

재판 청탁은 '사건의 수사·재판을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하게 청탁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위배된다.

그러나 문제가 된 재판 청탁이 모두 법 시행 이전에 이뤄져 이 조항을 적용한 처벌은 어려워 보인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환 등 추가 조사를 벌이거나 수사가 확대된다면 정치권에 파장이 일 수 있다.
양승태 넘은 사법농단 수사…연루 법관·'재판청탁' 정치인 겨냥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추가 기소도 열어둔 상태다.

대표적으로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을 맡은 일선 법원의 재판부 배당에 개입한 의혹은 이번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옛 통진당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기대와 어긋난 판결이 나오자 양승태 법원행정처는 특정 재판부에 항소심 사건을 배당해달라며 서울고등법원에 요구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서울고법은 해당 재판부에 통진당 소송이 돌아가도록 사건번호를 비워둔 채 다른 사건들을 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2009년 촛불집회 사건 배당에서 비롯된 '신영철 대법관 사태' 이후로 무작위 전산 배당을 재판 공정성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왔는데, 이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따라 배당 조작이 이뤄졌다는 것까지 확인한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