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횡단보도 철거 갈등…학부모 "안전위협" vs "상권침체"
"2년이 넘도록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를 철거하지 않은 것은 학생 안전보다 주변 상권을 우선시했기 때문 아닌가요?"

21일 충남 천안의 한 찻집에서 만난 환서중학교 운영위원회 학부모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상인과 시의원, 행정당국을 성토했다.

학부모들의 민원은 2년 2개월 전인 201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문을 나서자마자 도로에 곧바로 그어져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학생들이 지나가는 차량과 접촉사고가 날뻔한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학교 측은 자동차 운전자들로부터 민원전화도 수없이 받았다.

"횡단보도 주변에서 물건을 내리고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학원 차량이 뒤엉켜 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었다.

좀 불편하겠지만 학생들이 길 건너 편의점 등 상점과 학원을 오가려면 이 횡단보도에서 30m쯤 떨어진 교차로에 있는 다른 횡단보도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해 12월 이 학교 학부모회는 연명을 받아 정문 앞 횡단보도 철거 및 안전펜스 설치 건의서를 천안시와 천안서북경찰서에 보냈다.

경찰은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와 신호교차로의 횡단보도 간격이 30m로 너무 가까워 차량흐름에 지장을 초래하고, 신호 교차로를 통과한 차량과 학교 앞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와 사고 위험이 높아 횡단보도 철거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시에 보냈다.

이에 따라 시가 철거작업을 하려 했으나 상인들이 생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 공사를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학부모들은 "공사 차질의 중심에 한 시의원이 있다"고 주장했다.

횡단보도와 이어지는 상가 쪽 정면 1층에는 편의점(GS25)이 있고, 이 상가는 해당 시의원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횡단보도 철거와 안전펜스 설치를 하러 왔던 시 공무원에게 편의점 측에서 나와 쌍욕을 하며 고성으로 공무 수행을 방해해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앞 횡단보도 철거 갈등…학부모 "안전위협" vs "상권침체"
시 관계자는 "상가 입주민들을 설득해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주변에 나는 도시계획도로가 올해 착공될 예정으로, 이 도로가 나면 횡단보도 철거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시의원은 "편의점은 제 누나 소유이고 나는 알바 식으로 (이곳에서) 일을 할 뿐"이라며 "존재하던 횡단보도를 없애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보도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것은 (상인들이) 상권과 관계가 있어 반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횡단보도 철거작업 당시 편의점에서 나가 반발한 게 아니라 상가연합회에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