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이명박(MB) 정부 시절인 2008~2010년 청와대의 인권위 블랙리스트를 알면서도 침묵했고, 장애인 인권활동가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11일 발표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 옹호 기관인 인권위의 존재 이유는 인권만을 판단의 나침반으로 삼아 인권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있다”며 “하지만 인권위는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고도 침묵함으로써 인권위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유기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반성했다. 인권위 블랙리스트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인권위 업무에 불만을 가진 MB 정부가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인권위 별정·계약직 직원을 축출하려고 작성·전달 했던 것으로 인권위 측은 추측했다. 인권위는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인권활동가 2011년 1월 폐렴으로 사망한 고(故) 우동민 씨 등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의 인권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인권위는 우 씨 등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2010년 말 인권위 건물에서 점거 농성을 벌일 때 사무실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어 우 씨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시인했다. 최 위원장은 “중증 장애인이 다수였던 당시 농성 참여 활동가들에게 최소한의 활동 보조 지원, 보온 조치 제공 등 인권적인 조치를 소홀히 함으로써 인권기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부끄러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