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환 씨케이인터스틸 대표가 부산 화전동에 있는 생산공장에서 ‘원터치 철근 커플러’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최충환 씨케이인터스틸 대표가 부산 화전동에 있는 생산공장에서 ‘원터치 철근 커플러’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지난 27일 부산 강서구 화전동에 있는 씨케이인터스틸(대표 최충환)의 생산공장. 직원들은 ‘원터치 철근 커플러’를 수출하기 위해 박스에 넣고 있었다. 최충환 대표(56)는 “지옥에서 회사를 살려낸 효자상품”이라며 “아이디어 하나로 제품을 만들어 수출길도 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씨케이인터스틸은 고난을 교훈 삼아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개발해 재기의 발판을 딛고 있다. 주력제품은 건설 공사 현장에서 철근을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 ‘원터치 철근 커플러’다. 손으로 철사선을 감아 연결하는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철근을 연결하는데 편리하고 안전한 기능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최 대표는 2014년 운동기구를 제조하고 설치하는 씨에스포를 운영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특허권 지분 갈등 등으로 매출이 급감해 문을 닫았다. 이후 새 사업거리를 찾았다. 최 대표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친구가 공사장 인부들이 철근 연결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말에 이 문제를 해결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설립 3년 만에 매출 100배↑…'원터치 철근 커플러'가 孝子
‘원터치식 철근 커플러’를 개발한 최 대표는 특허 5건을 출원했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회사 설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재도전지원센터 도움으로 해결했다. 기술성과 사업성만 있으면 교육과 사업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덕이다. 2015년 회사를 설립하고 생산라인을 갖췄다. 중진공에서 세 차례에 걸쳐 5억7800만원, 2억400만원,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최 대표는 공사 현장과 건설업체, 건자재 유통업체를 찾아다니며 제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공사 현장 한두 곳에서 제품을 사용하면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직원 5명으로 사업을 시작한 2015년 첫 매출은 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7억5000만원, 지난해 27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목표는 30억원 돌파다. 직원 수도 21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콜롬비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도 시작했다. 내년부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도 진출한다. 최 대표는 “외국 업체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는 데다 투자 문의도 들어온다”며 “내년을 제2의 도약기로 정하고 매출 7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수 중진공 부산지역본부장은 “실패한 기업인이라도 우수한 기술과 개발 역량을 갖추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도록 돕고 있다”며 “씨케이인터스틸과 같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실패 기업인의 아름다운 재도전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

중진공의 재창업자금은 사업 실패 후 재창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저리에 융자하는 정부 지원사업이다. 올해 1200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695개사가 전국 31개 지역본부와 지부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다. 지원 대상은 ‘신용불량 정보 등재’ ‘법원의 회생 및 파산 인가 결정’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분류된 실패 중소기업 경영인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