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 제주개발공사 사장 "유네스코와 함께 '제주물' 가치 세계에 알릴 것"
제주도는 화산섬이자 한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평균 2~3m 두께의 용암층과 퇴적층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인 지층 구조를 이루고 있다. 빗물은 이 용암층 사이로 깊숙이 침투하면서 지하수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구멍 뚫린 현무암과 화산송이 등이 물을 불순물 없이 깨끗하게 거른다. 제주도를 ‘지구상에서 가장 큰 천연 정수기’라 부르는 이유다.

오경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사진)은 11일 제주시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제주물 세계포럼’에서 “올해는 제주 삼다수 출시 20주년, 제주물 세계포럼 1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천연 정수기가 걸러낸 제주 삼다수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5년간 유네스코와 공동 지질·수질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포럼은 ‘물과 건강’을 주제로 제주 지하수의 우수성과 물의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행사다. 유네스코 본부와 아시아지질자원위원회(CCOP), 싱가포르국립대, 프랑스 전 국가개혁담당 장관 등 전문가 700여 명이 참석했다.

오 사장은 올해를 제주물 세계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그는 “국내외 국제기구 및 전문기관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제주물 세계포럼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 물포럼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이날 아시아지질자원위원회 및 싱가포르국립대와 수자원 분야 조사·연구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4월엔 유네스코 본부의 ‘국제 지구과학 및 지질공원 프로그램’과 지하수 보전관리 및 제주물 세계화 활동에 관한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번 포럼을 계기로 연구 프로젝트 구체화에 나섰다. 오 사장은 “지역명을 강조한 ‘제주워터’라는 이름을 달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뼈대를 마련했다”며 “제주를 넘어 세계로 나가 한국 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외즐렘 아디야만 유네스코 지구과학 부문 프로그램 전문가는 “제주도는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이어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까지 유네스코의 3관왕을 차지한, 보존가치가 높은 섬”이라며 “제주개발공사와의 협약을 통해 지하수 보존과 지속 가능성에서 국제적 협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물 전문가들의 각종 연구 발표도 이어졌다. 오상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 원장은 “제주 지하수에 풍부하게 포함된 천연미네랄 ‘바나듐’은 낮은 온도에서 세포 활성 효과를 보여 물을 마시면 지방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동시에 면역을 높이는 성분”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개발공사는 1998년 삼다수 생산을 시작했다. 첫해 매출 50억원에서 올해 약 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국민 생수’가 된 만큼 2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생수시장을 두드리겠다는 각오다.

제주=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