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를 짓는 건 헌법에 명시된 교육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특수학교를 지을 때마다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까?”

"특수학교가 거래대상이냐" 뿔난 장애학생 부모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5일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며 무릎을 꿇었던 ‘무릎호소’ 1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 4일 서울교육청과 해당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수학교 설립을 대가로 병원부지를 제공한다’고 합의한 데 항의하기 위해서다. 학부모들은 “특수학교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낙인찍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등은 이날 서울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전날 발표한 합의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희연 교육감과 김 의원, 강서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강서특수학교(가칭 ‘서진학교’) 설립 합의문’을 발표했다. 옛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는 데 합의하고, 인근 학교 통·폐합 시 그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앞으로 특수학교 설립 때마다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이미 공사를 시작한 시점에서 행정·법적으로 불필요한 절차를 뒤늦게 밟아 특수학교가 기피시설인 듯한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고 비판했다. 서진학교는 내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지난달 착공했다.

기자회견 후 장애학생 부모 대표들은 교육감과 면담시간을 갖고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왜 장애학생과 학부모가 원치 않는 합의를 사전예고도 없이 추진했냐”는 지적에 조 교육감은 “실무진 차원에서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남이 길어지면서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서울 특수교육 혁신을 위한 교육감 간담회’는 30분가량 늦어졌다. 간담회에서 김 지부장은 “장애학생 부모들은 특수학교가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이 충분한 지원을 받는 ‘통합교육’이 부족하니 특수학교라도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 ‘소통부족’ 사과

서울교육청 내부에서도 이번 합의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학교 체육관, 도서관 등을 주민에게 개방해 편의시설을 제공하는데 별도의 시설을 약속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병원을 짓는 건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교육청도, 김 의원도 확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간담회에서 “내년 9월 서진학교 개교 이후에도 지역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란 제 진정성은 믿어달라”며 “소통이 부족했다면 전적으로 제 책임이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조 교육감은 2~3일 뒤 다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김 의원이 외부일정을 소화 중이라 현재 장애학생 부모들의 항의에 대해 알고 있는지, 사과나 합의 철회 의사가 있는지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