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 지 겨우 3년 된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그런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박태현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에버랜드) 파크기획팀 수석은 2년 전 엔토소프트의 3차원 위치추적기술을 처음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만들어진 지 15년이나 지난 놀이기구 ‘미스테리맨션’의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을 시기였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3차원 슈팅게임으로 내놓겠다는 게 파크기획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VR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찾을 수 없었다.“전 세계 테마파크는 물론 이름 있는 VR업체들은 죄다 찾아갔지만 원하는 기술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보는 VR 게임은 정밀도가 떨어지고, 정밀도가 높은 VR 기술은 고작 한두 명만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사업을 검토한 지 1년6개월이 지나 사실상 포기하고 있을 무렵 박영봉 엔토소프트 대표를 우연히 만났다. 인터넷 슈팅게임 개발자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박 대표는 2014년 말 회사를 나와 엔토소프트를 차렸다. 2년6개월여 동안 개발한 끝에 목표로 삼았던 VR 기술을 막 완성한 시점이었다. 박 대표는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테스트해 볼 기회가 없어 정부 발주 사업들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삼성물산과 엔토소프트는 곧바로 VR 기술을 활용한 슈팅게임 개발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지난달 19일 ‘슈팅 고스트’라는 이름의 게임을 에버랜드에 공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슈팅 고스트는 실내에서 4인승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전후좌우로 나타나는 유령 홀로그램을 슈팅건으로 맞히는 게임이다. 각자 점수를 실시간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들에게 인기다. 이용객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박 수석은 “체험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평균 92점으로 에버랜드의 최고 인기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종전 게임의 만족도는 60~70점 정도에 불과했다.엔토소프트의 기술이 테마파크에 활용되리라고는 개발자인 박 대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손동작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것과 비슷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려고 했어요. 이 과정에서 홀로그램의 위치 정보를 컴퓨터와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위치추적기술이 필요해 개발한 것뿐이에요.”엔토소프트는 많은 사람의 위치를 정확하고 빠르게 측정하기 위해 전파의 시간차 송신 기술로 거리를 측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박 대표는 “오차범위가 1㎝ 이내로 100m 밖에서 100개 이상의 개체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 당초 박 대표가 상업화하려 한 분야는 VR 기술을 활용한 공룡 테마파크. VR 기기를 통해 공룡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수백 명의 관람객이 동시에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공룡을 볼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박 수석은 “VR을 혼자 보는 것과 여러 사람이 동시에 VR 속 현실을 체험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엔토소프트의 3차원 위치추적기술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엔토소프트가 국내에 등록한 특허만 8건.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도 특허 출원을 추진하고 있다.국내 최대 테마파크업체를 보유한 삼성물산과의 협업은 박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그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에버랜드처럼 많은 이용객이 참여하는 현장에서 직접 테스트할 기회를 얻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가장 큰 소득은 ‘삼성물산과의 협업’으로 슈팅 고스트를 만들어낸 ‘실적’이다. 박 대표는 “처음엔 문전박대하던 정부와 대기업 관계자들이 슈팅 고스트 자료만 보여주면 자세를 고쳐 잡는다”고 했다. 엔토소프트는 현재 국방부와 함께 VR 기술을 활용한 육해공 작전회의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도 신사업을 위해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물산도 적지 않은 이득을 봤다. 우선 놀이기구 개발 비용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이 놀이기구의 VR 관련 기술을 특허로도 출원할 계획이다. 에버랜드의 다른 놀이기구에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기술이 축적되면 전 세계 테마파크에도 충분히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가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한 ‘늦캉스족’을 위해 시원한 물놀이부터 오싹한 공포체험, 한여름밤 힐링 공연 등 무더위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3색 바캉스 코스를 마련했다.26일까지 캐리비안 베이 이용객은 오후에 에버랜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가 마련한 다양한 바캉스 코스를 하루에 즐기기 좋다.여름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건 단연 ‘물놀이’다. 국내 원조 워터파크인 캐리비안 베이는 물놀이 코스를 마련했다. 최대 2.4m 높이의 파도풀과 메가스톰·아쿠아루프 등 스릴 넘치는 슬라이드를 즐기며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버릴 수 있다.에버랜드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물놀이 코스를 마련했다. 에버랜드에서 열리는 ‘썸머 워터 펀’ 축제는 시원한 물놀이 3종 세트를 준비했다. 카니발 광장에서 매일 2∼3회씩 펼쳐지는 워터배틀쇼 ‘슈팅 워터 펀’은 연기자와 관객이 미션을 해결하며 물총 싸움을 펼친다. 40개의 워터캐논(물대포)에서 초대형 물폭탄이 터져나와 보기만 해도 시원한 광경을 연출한다.슈팅 워터 펀 공연이 끝나면 연기자와 관객이 모두 광장으로 나와 물줄기를 맞으며 물총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신나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에 맞춰 춤을 추는 ‘밤밤 클럽’도 약 15분 동안 이어진다.에버랜드는 최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이용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슈팅 워터 펀과 밤밤 클럽 공연을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1주일 더 연장해 다음달 2일까지 열기로 했다.이외에도 이번달 26일까지 시원한 물이 분사되는 ‘너프 워터배틀존’에선 물총으로 컬링과 볼링 등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물총으로 사격대결을 펼치는 등 8종의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 참여하기 좋다.등골을 서늘하게 할 공포체험 코스도 준비했다. 에버랜드는 극강 공포체험 시설 ‘호러메이즈’를 마련했다. 호러메이즈는 에버랜드가 한여름 납량 특집으로 선보이는 인기 시설이다. 수술실·고문실·감옥 등으로 이뤄진 미로형 공포체험 존에서 10여 분간 오싹한 공포를 맛볼 수 있도록 꾸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올해 호러메이즈 시설은 미로가 더 복잡해지고 시각, 청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내부 호러 연출물이 한층 업그레이드돼 공포스러워졌다는 게 체험자들의 평가다.열대야를 피해 야간 나들이에 나선 이들을 위한 감성 충전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에버랜드의 홀랜드 빌리지에서 펼쳐지는 ‘인디뮤직 페스타’에서는 뷰티핸섬, 엔분의 일 등 인디밴드가 출연해 음악 공연을 선사한다. 인디뮤직 페스타는 24일부터 26일까지 하루 3회씩 진행되며 에버랜드 이용객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이밖에도 화려한 빛들이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장미성 뮤직 라이팅쇼’, 멀티미디어 불꽃쇼인 ‘레니의 판타지월드’ 등 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의 노곤함을 달래주는 환상적인 야간 공연이 매일 밤 펼쳐질 예정이다.국내 최대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는 지난 4월부터 올해 물놀이 시설을 개장했다. 약 1만8000㎡ 규모의 대형 실내 물놀이시설인 아쿠아틱센터는 수많은 방문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아쿠아틱센터는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에서 다양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실내 파도풀과 네 가지 슬라이딩 코스에서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퀵라이드 시설을 마련해놨다.국내 최장인 550m 길이의 유수풀 전 구간도 열었다. 폭 120m, 길이 104m 등으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야외 파도풀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