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직원들 첫 촛불집회…"박삼구 회장 경영실패 책임져야"
"항공업계 기업문화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지적도
'촛불'로 번진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항공업계 자정 계기 되나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촛불집회로 번졌다.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까지 1·2위 항공사 직원들이 그룹 총수의 구태적인 경영형태에 이의를 제기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나서 항공사 기업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6일 저녁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 300여명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첫 촛불집회를 열었다.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기내식 대란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사태를 촉발한 원인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경영실패'에서 찾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내식 공급 차질 문제로 보였던 이번 사태가 박 회장의 경영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도화선이 된 셈이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대란은 표면적으로 보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새로 계약한 기내식 공급업체의 신규 공장에 불이 나 임시로 작은 업체에 일을 맡겼는데 이 업체의 업무 미숙으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나 직원들은 이 사건 이면에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금호아시아나 직원 3천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서는 이번 사태가 기내식 업체 변경에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과연 업체 변경이 필요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 한 직원은 "사실 기내식만큼은 아시아나가 대한항공보다도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굳이 기내식 업체를 바꾼 것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실패로 인한 부실을 메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받으려 무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나는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았다.

그러다 이달부터 계약업체를 중국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 계열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 바꿨다.

업체 변경 전 금호 측은 투자 유치를 했는데, LSG는 금호의 투자 권유를 거절한 반면 HNA그룹은 1천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LSG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가 업체 선정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 공정위가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직원들은 박 회장이 2006년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탓에 2010년 그룹이 해체됐고, 박 회장이 대우건설과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의 경영권을 되찾으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아시아나의 재무 상태도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아시아나항공 출신 권수정 서울시 의원은 "2008년 그룹이 경영위기를 맞은 이후 박 회장이 다시는 돌아오면 안 된다는 얘기를 3년 내내 했지만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했다"며 "그때 함께 싸우고 막지 못해 오늘 이 사태를 맞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벌 기업의 '갑질' 문제도 박 회장을 겨냥했다.

지난 2일 기내식 제조 재하청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시아나가 중소기업과 맺은 불공정 계약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 직원들은 이날 집회에서도 처음과 마지막 순서에 숨진 대표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의를 표하는 뜻으로 검은색 옷을 입고 나온 직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시아나 사태가 대한항공 사례처럼 확대되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상황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익명 채팅방을 통해 제보와 증언이 이어졌던 대한항공 사례를 떠올리면 아시아나 채팅방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파급력 있는 제보가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국적 대형항공사가 모두 위기에 처한 지금을 항공사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980∼90년대와 비교하면 기업 환경과 직원 특성 등 모든 것이 빠르게 변했는데, 기업 총수만 변하지 않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촛불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직원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조직 내의 저항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