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필립 로스가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과 각별했던 친구이자 작가인 주디스 서먼은 로스의 사인을 울혈성 심장질환이라고 전했다.

1993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고인은 미국 유대인 사회의 관습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투쟁을 다룬 단편집 《굿바이 컬럼버스》(1959)로 미국도서상을 받으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미국의 목가》(1997)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1998) 《휴먼 스테인》(2000) 등 ‘미국 3부작’을 통해 미국 현대 사회의 변화와 역사의 격랑 속에 휩쓸리는 개인의 모습을 그려내 극찬을 받았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 코맥 매카시와 함께 로스를 현존하는 4대 미국 소설가로 꼽은 바 있다.

그는 미국 작가 중 가장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미국도서상과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받았으며, 펜포크너상은 세 번 받았다. 1997년에는 퓰리처상, 2001년에는 프란츠 카프카상, 2011년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지만 유독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10년 폴리오 유행병을 소재로 한 《네메시스》를 마지막으로 돌연 절필을 선언했다가 지난해 1960년대부터 2013년까지 쓴 수필과 논픽션 단편을 모아 《왜 쓰는가》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