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부진 학생 지원 4→3학년으로 확대…교육부, 영어 선행여부 점검
초1∼2 방과후수업 새 풍경…영어 금지에 로봇·실험·음악 늘어
이달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영어 프로그램이 금지되면서 창의력을 키워주는 과학실험이나 음악·미술 수업 등이 늘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 A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 1∼2학년 방과 후 영어교실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키즈 스피치'와 '세계문화체험', '마림바·드럼 연주' 등의 수업을 마련했다.

키즈스피치는 다른 친구들에게 질문하기,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 말하기 등을 연습하는 시간인데 조리 있게 생각을 풀어내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길러주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만큼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원어민 영어교실을 운영했던 서울 도봉구 B초등학교도 올해는 영재과학실험 시간을 만들었다.

초등학생들은 실생활과 연관된 실험에 흥미를 크게 느낀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 학교는 또, 마술교실과 클레이아트, 손 글씨를 예쁘게 꾸며서 쓰는 캘리그라피 등 예술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늘렸다.

대전 대덕구 C초등학교는 통기타·우쿨렐레 등 악기를 배워보는 시간과 로봇에 대해 공부하는 창의로봇 시간을 신설했다.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 관계자는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발달단계나 흥미를 고려한 활동이 늘고 있다"며 "요즘 학부모들의 수요에 맞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예술 프로그램이나 과학실험 시간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다만, 교육부는 이런 활동이 영어 프로그램 금지로 생겨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보고 영어교육 내실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우선,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 3∼4학년 학생들이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각 학교와 교육청에 영어 지도자료를 보급하고, 지난달과 이달 초등학교 3학년 영어교사 1만명을 상대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개학 이후에는 시·도 교육과정점검단을 통해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지난해까지는 영어 학습부진 학생 가운데 4학년 학생에게 지원하던 개인별 맞춤형 학습자료를 올해 9월부터는 3학년 학생에게도 지원한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등학교 1∼2학년생의 경우 유치원 때 영어를 배운 뒤 초등학교 3학년 때 다시 정규교육을 받기까지 1∼2년간 공백이 생기는 만큼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아이들이 과도한 영어 사교육에 노출되지 않도록 어린이 영어학원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모든 학생이 양질의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영어교육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내실화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