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링 응원하는 가족 > 평창동계올림픽 관람 나들이를 나온 가족이 14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남자 컬링 예선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이 경기의 티켓 판매율은 99%를 기록했으나 경기장 곳곳에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연합뉴스
< 컬링 응원하는 가족 > 평창동계올림픽 관람 나들이를 나온 가족이 14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남자 컬링 예선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이 경기의 티켓 판매율은 99%를 기록했으나 경기장 곳곳에 빈자리가 많이 보였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10시께 강원 강릉컬링센터. 한국 남자 컬링 대표팀과 미국팀의 예선 경기가 한창이었다. 한국팀이 출전하는 만큼 경기는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전 판매분을 포함해 이 경기의 티켓 판매율은 99%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에는 빈자리가 적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관람석 곳곳이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컬링 경기 입장권 가격은 위치에 따라 4만~15만원이다. 비싼 입장권을 손에 넣은 관람객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은 이유는 뭘까.

평창동계올림픽이 ‘노쇼(no show: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것)’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티켓을 대량 구매해 주민에게 무료로 배부하자 티켓만 받고 정작 경기는 보러 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성공을 위해 지자체가 투입한 세금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티켓 4만2000장 샀지만…

전국에서 티켓을 가장 많이 구매한 지자체는 서울시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티켓 4만2000장을 구매해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티켓 구매뿐만 아니라 전세버스 비용, 식대 등 부대비용도 모두 서울시가 부담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할당한 예산은 총 24억여원. 자치구별 인구에 따라 적게는 3120만원(중구)부터 많게는 1억6080만원(송파구)까지 배정됐다.

서울시가 자치구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내린 가이드라인은 ‘저소득층·장애인·다문화가정 우선 배정’이다. 소외계층을 우선 배려하되 티켓 배부 대상은 지자체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다.

무료로 올림픽을 보고 강원도 여행도 할 수 있어 시민의 관심은 높지만 정작 소외계층 참여율은 높지 않다는 게 일선 자치구들의 설명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소외계층 중에는 몸이 불편한 분이 많아 정작 경기를 못 보러 가는 일이 꽤 있다”며 “날씨가 추울 때는 더 많이 취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선정 과정에 논란이 될 만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당초 소외계층에 올림픽 관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각 자치구는 모집이 쉽지 않자 배부 대상을 확대했다. 강서구 등 일부 자치구는 티켓이 남아 관내 직능단체와 통·반장, 통·반장 자녀와 지인에게까지 티켓을 나눠줬다. 일반 구민을 대상으로 선착순 배부한 곳도 있다. 지난 10일 일본과 스웨덴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고 온 홍모씨는 “선착순 응모에 실패해 대기자였는데 출발 전날 관람객으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평창으로 가는 전세버스에는 빈자리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로 빈자리 메워라”

평창 현지에서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현수막을 걸고 관중을 모으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현수막에는 경기별 모집 인원과 함께 면사무소로 가면 식사와 방한용품도 준다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막상 경기 당일 관중석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무료 티켓으로 볼 수 있는 경기가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인 데다 늦은 밤이나 설 연휴 다음날 열리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추운데 뭐하러 보러 가느냐” “인기 없는 경기만 주는데 누가 보러 가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빈 관람석을 채우기 위해 자원봉사자를 동원하는 일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최근 자원봉사자들에게 “만석 달성으로 성공적인 대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무료 티켓을 배부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 공지사항에는 “외부에 이 입장권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지 말 것” “유니폼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관람할 것” “경기 도중 좌석 주인이 오면 자리를 이동할 것” 등의 주의사항도 담겨 논란이 일었다.

박상용/양병훈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