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만난 외국인 연인, 알고보니 '로맨스 스캠'의 덫
지난 9월 혼자 사는 50대 여성 김모씨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이 들어왔다. 자신을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라고 소개한 A씨는 “한국에 관심이 많아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 등의 대화를 건넸다. 깊은 감정을 공유하고 결혼까지 약속한 어느 날, A씨는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7700만원을 입금했지만 한국으로 온다던 A씨는 그때부터 연락이 끊겼다. 이른바 감정사기, ‘로맨스 스캠’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인 행세를 하며 50대 한국인 여성에게서 돈을 가로챈 외국인 일당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를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미국인 A씨(34)와 일당 B씨(미국인·36), C씨(독일인·57)를 구속했다고 18일 발표했다.

김씨도 처음에는 A씨에게 경계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가 SNS에 올리는 글이나 사진 등을 보며 진짜 미국인 의사라고 믿었다. 매일 안부를 묻고 일상 사진을 공유하다 그가 “나도 아내와 헤어져 혼자 산다”고 털어놓자 둘의 관계는 결혼 얘기까지 나눌 정도로 발전했다.

혼담이 오갈 무렵부터 A씨는 본격적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의사 일을 하면서 말레이시아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사업도 하는데 세관 통과에 문제가 생겨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A씨는 9~10월에 7차례에 걸쳐 총 5만2000달러(약 5700만원)를 이체했다. “계좌에 해외송금 한도 제한이 걸려 더는 못 보낸다”는 김씨의 말에 A씨는 지인에게 돈을 전달해달라고 했다.

중구의 한 호텔에서 A씨 지인을 만나 1만5000달러(약 1600만원)를 전달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겠다던 A씨는 연락이 없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에 지인을 통해 돈을 전달하게 한 A씨에게 의심을 품은 김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중부경찰서는 중구의 한 호텔에서 A씨를, 이태원 호텔에서 전달책 B·C씨를 검거했다.

피의자 3명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을 주도한 총책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주로 혼자 사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혼이나 사별을 겪은 중년 여성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현진/양길성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