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연구팀 5천여명 분석결과
산업계 "현재는 BPA 성분 안 써 안전" 반박


일회용 저장용기에 들어있는 냉동식품이나 물을 자주 먹는 사람은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비스페놀A'(BPA) 농도가 높을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5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비스페놀A는 잘 알려진 환경호르몬으로, 몸에 들어가면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한다.

플라스틱과 에폭시, 레진 등의 원료물질로 물병, 스포츠용품, 캔의 코팅제 등에 쓰인다.

이 때문에 개인별 식생활 습관이 BPA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현재 체중 60㎏인 성인의 비스페놀A 하루 섭취 허용량은 3㎎ 정도다.

이혜은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제2기 국민환경보건기초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5천402명을 대상으로 평소 식생활 습관과 소변 중 비스페놀A 농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일회용 용기 자주 쓰면 비스페놀 노출 위험 1.5배"
연구팀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냉동식품을 1주일에 1회 이상으로 자주 먹는 그룹과 거의 먹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소변 중 BPA 농도를 비교했다.

이 결과 냉동식품을 자주 먹는 남성은 BPA 농도가 상위 25% 이상으로 높을 위험이 자주 먹지 않는 남성의 1.48배에 달했다.

여성에서는 이런 상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여성은 가정에서 마시는 물의 종류가 용기에 담긴 생수인 경우에 소변 중 BPA 농도가 높을 위험이 1.45배로 평가됐다.

이런 결과는 냉동식품의 저장용기와 생수병으로부터 BPA 노출 위험이 커질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비스페놀A 제조업체 모임인 한국PCBPA협의회는 현재 시중에서 구입하는 생수병이나 가정에서 물병으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 페트(PET)병이어서 비스페놀A 노출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협의회 류명호 사무국장은 "현재 PET병에는 BPA가 전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해 사람에게 노출될 위험성도 없다"면서 "다만 4∼5ℓ들이 커다란 물통은 BPA를 원료로 한 PC(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이지만, 이마저도 열을 가하지 않는 상온의 물통에서는 BPA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류 국장은 이어 "냉동식품을 덮고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지퍼백이나 비닐백도 일반적으로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성분이나 온도변화에 강한 PP(폴리프로필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역시 BPA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책임자인 이혜은 교수는 "최근 들어 식품저장용기에 BPA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비스프리' 제품이 많이 나오고, 생수병에 사용되는 PET에도 원료에 BPA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건강을 해친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미리 주의를 기울이자는 '환경보건의 원칙(사전 주의원칙)을 고려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보자면 냉동식품과 생수 등에 일회용 저장용기 사용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